지난 10일 대구에선 30권의 학생 저자 책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지난해 책쓰기 프로젝트의 결과로 탄생한 수천 편의 학생 저자 작품들 가운데 의미가 큰 작품들을 선정하고 편집과 인쇄의 과정을 거침으로써 30권의 책이 드디어 탄생한 것이다.
그 중에서 아주 흥미로운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쓴 라는 제목의 책이 그것이다. 이 책은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더 나아가 복잡하고 어렵기도 한 수학의 이론을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의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중학교 1학년 보조 교과서로 스토리텔링 교과서가 보급되었다고 하지만 아직 활용이 미비하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이 배운 수학 이론을 이야기로 스스로 풀어낸 책이 나온 것이다. 사실 이런 풍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0년에는 고등학생들이 쓴 가 나왔고, 2011년에는 중학생들이 쓴 도 나왔다. 어떻게 대구에서는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 해답은 2009년부터 지속적으로 전개된 '학생 저자 10만 양성'을 위한 책쓰기 프로젝트에 있다.
책쓰기 프로젝트는 아침독서10분 운동, 나의 삶쓰기 100자 운동 등의 독서정책을 통합하여 개발한 대구교육만의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꿈을 기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책쓰기는 단순한 글쓰기를 넘어 자신이 관심을 지닌 분야에 대해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개인별로 30쪽 내외의 책을 쓰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 현장의 풍경을 바꾸었다. 읽기 중심으로 이루어져오던 독서교육이 쓰기 중심으로 진화해가면서, 학생들은 수용자의 입장에서 생산자, 창조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책을 혼자, 또는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완성함으로써 아이들의 자존감은 엄청나게 높아졌다.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하다보니 친구들 사이에서 자연스러운 소통이 일어났다. 그리고 더불어 배려하는 마음도 크게 발전하였다. 나아가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고 공유하면서 치유의 효과도 나타났다.
책쓰기 프로젝트의 여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책을 쓰는 것이 근본적으로 쉬운 일은 아닌데다가, 성적을 중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정책을 확대하는데 장애가 되었다. 하지만 대학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교육정책의 변화와 더불어 책쓰기를 실천한 학생들의 성공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정책에 탄력이 붙었다. 올해 7월 현재, 800여 개의 책쓰기 동아리가 각급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고, 5년 동안 4만여 명의 학생 저자가 탄생했으며, 출판된 책만 78권에 이른다.
김열규 교수는 책쓰기에 대해 "오직 대구의 교육계만이 누리고 있는 지적 향연임에 틀림없으며, 대구 교육계의 대단한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며 칭찬했고, 최시한 숙명여대 교수는 "대구교육청의 책쓰기 정책은 교육혁명"이라고 했다. 책쓰기가 대구만의 전유물이 아닌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할 프로젝트임을 강조한 것이다.
학생들은 책쓰기와 사랑에 빠져 있다. 학생들은 책쓰기를 통해 내면이 성장하는 소리를 들으며 미래를 꿈꾸는 행복을 체험하고, 지도한 교사들은 행복한 학생들을 지켜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내년에는 가족 단위의 책쓰기로의 확대와 더불어 토론교육과의 접목도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책을 쓴 학생들은 열 명 중에 한 명 정도이다.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이 책쓰기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고민하면서, 미래를 그려보았으면 한다. 나아가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다른 지역에도 파급되어 대구 학생들이 누리는 행복을 대한민국 많은 학생들이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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