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던 한국축구의 해결사로 나선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팀워크가 와해된 대표팀을 살리기 위해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을 내세웠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보다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첫 선을 보인 홍명보호는 신선했다. 선수들의 투지가 넘쳤다. 비록 국내파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지만 경기력도 좋았다.
하지만 2%가 부족했다. 과정은 괜찮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28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영원한 라이벌인 일본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전반 24분 일본 가키타니 요이치로(세레소 오사카)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전반 32분 윤일록(서울)의 중거리 슛으로 동점을 만드는 데는 성공을 했지만 후반 45분 가키타니에게 다시 골을 내줘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한국은 2005년과 2008년에 이어 이 대회에서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렸지만 1승도 올리지 못하고 2무1패로 3위에 그쳤다. 대회 우승은 2승1무를 기록한 일본에게 돌아갔다.
한국은 일본과의 최근 4경기(2무2패)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2011년 8월 삿포로에서 일본에 당한 0-3 패배의 수모도 돌려주지 못했다. 일본과 통산 맞대결에선 40승22무14패로 우세다.
동아시안컵에서 첫 선을 보인 홍명보호는 8월14일 남미의 강호인 페루와 평가전을 치른다.
홍명보 감독은 호주와의 1차전에 나섰던 선수들을 다시 선발로 출격시켰다. 일본과의 자존심 대결을 위해 베스트11을 투입했다.
홍 감독은 김동섭(성남)을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했다. 이승기(전북)를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날개에 윤일록과 고요한(서울)을 내세웠다. 중원에는 하대성(서울)과 이명주(포항)가 포진했고 포백 수비는 왼쪽부터 김진수(니가타), 김영권(광저우), 홍정호(제주), 김창수(가시와)가 맡았다. 골문은 정성룡(수원)이 세 경기 연속 지켰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일본을 압도했다. 전반 3분 고요한의 오른발 발리 슛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전반 7분에는 김동섭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강 슛을 터뜨렸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파상공세를 퍼붓던 한국은 오히려 일본의 역습에 말려들었다. 전반 24분 아오야마 도시히로의 롱 킥이 최전방에 있던 가키타니에게 연결됐다. 가키타니는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오른발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번 대회에서 첫 실점을 한 한국은 바로 만회골을 넣었다. 8분 뒤인 전반 32분 윤일록이 왼쪽 중앙에서 31.8m 오른발 중거리 슛을 날려 일본 골키퍼인 니시카와 슈사쿠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이번 대회 세 경기 만에 터진 첫 골이었다.
일본전에서 두 골 차 이상으로 승리를 거둘 경우 우승을 할 수 있었던 한국은 후반에도 총공세를 펼쳤다. 후반 25분에는 스트라이커 김동섭을 빼고 '지일파'인 조영철(오미야)을 투입했다. 후반 35분에는 이승기를 대신해 고무열(포항)까지 내세우며 역전골을 노렸다.
한국은 후반 40분 페널티 지역 안에서 김창수가 오른발 슛을 날렸지만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면서 땅을 쳤다.
한국은 슈팅 수 10-5, 유효 슈팅 수 4-3으로 일본을 압도했지만 여전히 골 결정력이라는 숙제를 안고 이번 대회를 마쳤다.
이창호기자 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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