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정전협정 60주년인 27일 각각 정부 차원의 기념식을 동시에 열었지만 한반도의 미래와 향후 남북관계 비전에 대한 '서울'과 '평양'의 메시지 간극은 극명하게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결과 적대를 멈추고 새로운 한반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 도발에 대한 확실한 대처와 대화 병행을 강조했다. 반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은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대독한 연설에서 "총창(銃槍) 위에 평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전투동원태세를 견지하자"며 대결과 선군정치에 방점을 찍었다.
박 대통령은 유엔군 참전ㆍ정전60주년 기념식에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남북한 공동발전의 길을 적극 열어갈 것"이라며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고 북한 주민들의 민생과 자유를 책임질 수 있는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어떠한 도발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확고한 억지력과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로 북한이 도발할 생각을 멈추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대화와 대북억지력'이란 투트랙 대북정책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중무장지대가 되어버린 비무장지대(DMZ)의 작은 지역에서부터 무기가 사라지고 평화와 신뢰가 자라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DMZ 내 세계평화공원 조성 계획에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사촌인 리처드 알렉산더 월터 조지 글로스터 공작을 접견한 자리에서도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하되 대화의 창은 항상 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영어로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거저 얻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올바르게 선택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영국이 힘이 되어 달라"고 말했다.
반면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한 김 1위원장은 최 총정치국장이 대독한 연설을 통해 "현실이 보여주는 것처럼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에 준비되어야 한다"며 "전체 인민군 장병과 인민들은 총창 위에 평화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나라의 방위력을 강화하여 그 어떤 외세의 침략도 단호히 물리칠 수 있게 튼튼히 준비하며 앞날의 전투동원태세를 견지해야 하겠다"고 전쟁 준비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6ㆍ25전쟁에 대해서도 "외세가 강요한 전쟁이었지만 세계의 예상을 뒤집은 우리의 승리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의 영도가 가져온 역사적 기적"이라고 강변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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