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말 끝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의 시한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의 연쇄 도산을 막고 원활한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기업 구조조정은 정상적인 거래를 하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한 워크아웃 방식을 많이 이용하여 왔다.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구조조정 촉진법이 연장되면 금융 당국의 선제적인 구조조정 추진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워크아웃 등의 구조조정에 금융 당국의 입김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올 들어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개시와 STX그룹의 자율 협약에 채권 은행들이 자금 지원을 머뭇거리자 금융 당국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라며 지원을 종용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을 살려 경제에 미칠 파장을 줄이려는 뜻이겠지만 은행의 건전성을 감독해야할 금융 당국이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대출 결정을 압박하는 것은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금융 당국이 어제 기업 구조조정에 '정치 입김'을 배제하고 원칙대로 엄정히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시중 은행들의 상반기 영업 실적이 반 토막 난데 따른 고육책일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의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에 따르면 대기업 40곳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올라 지난해 보다 4곳 늘어났다.
한계 기업을 무리를 해서 연명시키면 부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부실 대출이 커지면 은행의 여신 중개 기능이 약화되어 실물 경제에 부담이 된다.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살리고 가망 없는 기업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정리하여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금융 당국이 구조조정 촉진법의 시한 연장을 통해 채권은행들을 앞세워 구조조정 과정을 통제하려 들면 안된다. 당국의 원칙 표명에 대해 은행들은 과연 지켜질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입김으로 은행이 부담을 떠안는 폐해를 막을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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