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말 만료되는 한시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2016년까지 3년간 연장한다. 최근 조선ㆍ건설ㆍ해운에 이어 철강ㆍ시멘트ㆍ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도 기업부실이 늘어나면서 채권단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촉법을 2016년 12월 31일까지 3년 연장하는데 의견을 모으고 국회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이날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아직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기촉법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촉법은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도록 하는 제도로 2001년 제정됐다. 이후 은행 등 금융사 채권만을 대상으로 하는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조기에 부실기업을 정상화하고, 협력업체 등의 피해를 줄여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조선ㆍ건설ㆍ해운 등 경기 민감업종의 부실 확대로 STX조선이 자율협약에 들어가는 등 기촉법을 통한 워크아웃이 활발해지면서 법안 연장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에만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500억원을 넘는 대기업 40곳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또 채권단과 워크아웃 약정을 맺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C등급 기업만 27곳에 달한다.
그러나 지역 여론이나 정치권의 압력에 굴복해 법정관리로 가야 할 기업을 자율협약을 통해 회생시켜 은행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는 사례가 빈발해, 금융권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올 1분기에 순익이 반 토막 난 은행들은 STX 등의 회생 지원으로 조 단위의 추가 손실도 점쳐진다. 산업은행도 부실기업 지원으로 올해 1조여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원칙을 엄정히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이 위험한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며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원칙에 따라 살릴 기업은 살리고, 가망이 없는 기업은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던 기업구조조정기금은 예정대로 내년 말 정리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 만들어진 기업구조조정기금은 그 동안 11조4,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인수, 지난 4월까지 4조5,000억원을 회수하는 등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해왔다. 최근 법 개정으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직접 부실채권을 인수ㆍ관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구조조정기금 종료로 인한 시장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