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가 우스운 꼴이 됐다.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의 첫 번째 표적으로 가짜 석유를 지목했다. 세원 탈루 규모가 연간 1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최대의 지하경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가짜 석유를 단속해야할 한국석유관리원 간부와 국세청 직원 및 경찰이 돈을 받고 조직적으로 가짜 석유 판매업자를 비호하다 적발되었다니 기가 막힌다.
정부가 가짜 석유 근절을 위한 근본대책이라며 내놓은 '석유수급보고 전산화'를 전면 재검토하게 된 것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석유수급보고 전산화는 가짜 석유를 실시간으로 적발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다. 그러나 "주유소를 범죄자로 취급한다"는 업계의 반발을 규제개혁위원회가 받아들여 재검토를 권고, 가짜 석유 근절에 따른 막대한 세원 확보에 차질이 생겼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15%에서 10%로 낮추려는 움직임도 지하경제 양성화와 엇박자이기는 마찬가지다.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려는 뜻은 이해한다. 그러나 세원 투명화에 크게 기여해온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축소하면 현금 결제가 늘고 거래가 지하로 숨어들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하경제 양성화가 상당한 성과를 거둘 때까지 소득공제 축소 계획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세수 부족 보충과 조세 정의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는 필요하지만 의욕만 앞세워 될 일이 아니다. 단속기관의 비리와 정책 불협화음부터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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