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5 전쟁이 정전 협정으로 중단 된지 60년이 됐다.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의 기억은 흐려졌으나 상흔은 깊게 남았다. 또 잘못된 전쟁이 낳은 기묘한 정전 체제의 한반도는 여전히 불안한 대치 속에 평화와 통일의 전망은 멀게만 보인다. 정전 60주년을 맞아 그 오랜 질곡을 벗어나야 할 숙명적 과제를 함께 되새길 때다.
지난 60년 남북한이 원수처럼 맞선 것만은 아니다. 냉전의 전초 노릇을 한 첨예한 대치 상황에서도 꾸준히 긴장 완화와 평화 노력을 기울였다. 데탕트가 고조된 1972년 남북은 지금으로서도 파격적인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3대 통일 원칙을 천명한 7· 4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또 1991년에는 화해와 불가침, 교류 협력을 통해 민족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이루자는 기본합의서를 채택하는 획기적 진전을 이뤘다.
남북은 이어 2000년 역사적인 정상회담으로 벅찬 감동을 누렸다. 또 2007년 2차 정상회담과 10· 4 공동선언에서 정전 체제를 평화 체제로 바꾸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런 화해와 협력 움직임에도 두 차례 연평 해전을 치렀다. 특히 북한은 2010년 천안함 폭침에 이어 연평도 포격 도발로 우리 사회의 전쟁 트라우마를 헤집었다.
북한은 줄곧 정전 협정 당사자인 우리를 배제한 채 미국과 평화 협정을 맺으려 시도하고 있다. 한반도 현상을 고착시켜 생존 기반을 다지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체제 수호와 압력 수단으로 핵무기를 개발, 오히려 긴장을 높이고 있다. 게다가 3대 세습 체제의 결속과 안정을 위해 핵공격 위협까지 하는 무모한 전술에 의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평화 협정 체제는 논의 자체가 헛도는 형편이다.
그러나 그런 북한을 마냥 적대시하거나, 우리끼리 대북 정책을 놓고 다투는 현실에 머무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기에는 전쟁의 상처가 곳곳에 남아있다. 북한에 억류된 국군 포로 수천 명의 생사도 모르는 상태이고, 남북 이산가족은 수백만 명에 이른다. 남쪽의 상봉 신청자만 13만 명이지만 실제 가족을 만난 숫자는 4,000건 남짓이다. 이런 상처를 더 늦기 전에 치유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열어야 할 당위를 부정할 수는 없다.
더욱이 장래 큰 짐이 될 남북의 경제· 사회· 문화적 격차와 이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통일을 숙명적 과제로 여기지 않는다. 통일의 전망이 뚜렷하지 않은 탓이지만, 그렇다고 북한을 외면할 수는 없다. 저들이 소외되고 고립될수록 우리를 편히 놔두지 않을 것이다.
이런 딜레마를 헤쳐 나가려면 먼저 튼튼한 안보와 한미 동맹 등 국제 연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으로 복잡하고 변덕스러운 국제 역학 구도 속의 평화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확대와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 등으로 평화와 통일의 기반을 겹겹이 다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들이 언젠가 우리가 감싸 안아 돌봐야 할 동족이라는 인식과 고유한 민족 정서를 간직해야 한다. 그 것이 멀고 험한 평화의 길을 헛디디지 않고 안전하게 가는 지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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