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에 공자의 제자 증자는 선과 효행으로 당대의 이름이 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당시 호를 증자로 쓰는 증삼이란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 이 소문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증자의 어머니를 찾아가 증자가 사람을 죽였다고 소식을 전했다. 베를 짜고 있던 증자의 어머니는 "내자식이 사람을 죽일리 없다"면서 베만 계속 짰다. 조금뒤 다른 사람이 찾아와 같은 말을 하였으나, 증자모는 여전히 베만 짜고 있었다. 세 번째 사람이 달려와 똑같은 말을 하자 그제야 증자모는 베틀에서 일어나 숨었다는 고사가 있다. 이처럼 어느 사건을 그대로 인정하고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가면 그 방향이 진실인 것처럼 보인다.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정치권을 뒤덮고 있다. 지난해 두 번의 선거에서 패배를 했던 야당은 최근 "선거 원천 무효 투쟁이 제기될 수 있다", "국정원장, 이런 미친놈이 어디 있나"라고 막말을 쏟아 냈다.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연산군과 뭐가 다른가"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는 '귀태'(태어나서는 안 될)라는 기상천외한 용어까지 나왔다.
야당은 지난 대선이 사상 유례없는 경천 진동할 국정원의 부정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면서 당국에 고발했고, 국정조사가 진행중이다. 여기에 국회 내 고성 퇴장 등 난타전이 전개되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들과 정치 평론가들은 국정원의 여직원 댓글사건이 국정원측이 대선에 깊숙이 관여하여 대선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NLL관련 국정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언급하며 국정원을 '남북관계 개선을 저해하는 암적 존재'라고 비난하였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동족대결에 이골이 난 자이며 현 남조선 집권자가 남재준을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앉힌 것은 동족대결의 수위를 높이려는 것이고, 이번 대화록 공개도 그 연장선에서 연출됐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을 당장 해체해야 한다고 나선 형국이다.
국정조사까지 이어진 국정원 댓글사건이 과연 선거결과를 바꾸어 놓을 만치 위력적이었을까. 검찰 수사결과를 보면, 국정원 직원들이 지난해 9월19일부터 12월14일까지 1,760개의 댓글을 달았고, 96.2%가 종북세력 비판과 기존글에 대한 찬반의견 등이며 이중 공직선거법 위반 댓글 수는 67개로 댓글을 쓴 직원은 9명이었다. 댓글 가운데 민주당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글이 28개, 문재인 후보를 비판한 글이 3개, 통진당 이정희 후보를 비판한 글이 26개다. 거의 모든 언론기관이나 정치 평론가들은 그 내용을 들여다보지 않고 외연만으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주장한다. 특히 친노 진영은 "대선 때 국정원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지금 대통령은 박근혜가 아니라 문재인이었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했다. 지난해 말 포탈 사이트별 점유율을 보면 1위 네이버(76.89%), 2위 다음(13.04%), 3위 구글(6.08%), 4위 네이트(2.15%)로 국정원 직원의 댓글 사건으로 문제가 된 '오늘의 유모' 포탈 사이트는 전체 사이트 순위 315위로 하루 평균 6만명이 방문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국내 최대 포탈 사이트 네이버는 3000만명이 방문한다.
야당은 국정원이 대선기간중 문 후보를 겨냥해 작성한 댓글 3건만 아니었다면 108만표 차로 대선 승패가 뒤바뀌었을 것이라는데 초점을 두고 결과를 승복하지 않겠다는 심산인 것 같다. 사법부 판단을 기다려야겠지만 통계 자료상으로 보면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침소봉대된 느낌마저 준다.
아무튼 의도적인 국정원 죽이기는 지양해야 옳다고 본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사건 국정조사가 정쟁으로 변질되어서도 안 된다. 여야가 한쪽씩 양보하여 상생의 정치로 나가야한다.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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