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오는 8월 현대글로비스를 시작으로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 국적선사들을 통해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나선다. 정부와 해운사들은 원유와 나프타, 제트유 등을 수송해 북극항로 경제성을 따져보고 보완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25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마련한 '북극 종합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현대글로비스가 8월말 스웨덴 국적 북극해 운항 전문선사인 스테나 해운의 내빙(耐氷)유조선을 빌려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에서 한국으로 원유 등 에너지 수송을 추진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도 연내 북극항로를 통해 기자재, 해상플랜트, 철광석 등 벌크화물을 수송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범운항 선박에는 국내 해기사와 북극 연구 전문가가 함께 승선한다. 이들은 북극해 운항절차와 노하우 습득, 국제해사기구(IMO)의 극지해역 운항선박 안전기준 제정 대응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진숙 해수부 장관은 "지난해에만 세계적으로 선박 46척이 북극을 통과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갔다"며 "북극항로 운항 경험을 쌓고 경제성을 검증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시범 운항 선사를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와 해운협력회의를 열어 북극해 운항허가 및 통관절차 간소화, 러시아 쇄빙선에 지급해야 하는 에스코트 비용 할인 등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어 러시아 교육기관에 국내 해기사를 파견해 극지 운항 교육을 받게 하는 등 북극해 항행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북극항로 운항 선박에 국내 항만사용료를 감면해주는 등 북극항로 활성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서쪽의 무르만스크에서 동쪽의 베링 해협을 연결하는 북동항로와 캐나다 북부 해안을 따라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북서항로로 나뉜다. 부산항을 출발해 수에즈 운하를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으로 향하는 기존 항로의 거리는 약 2만2,000㎞에 달하지만, 북동항로를 이용하면 1만5,000㎞로 단축된다. 북극항로가 상용화하면 현재 동남아시아를 거치는 항로의 길목에 자리 잡은 홍콩과 싱가포르는 쇠퇴할 공산이 크지만, 북극항로의 길목에 있는 부산항과 일본 서부지역 항만은 지금보다 더 성장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북극항로는 현재 약 4개월가량 경제적 운항이 가능하나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2020년에는 6개월, 2030년에는 연중 일반 항해가 가능할 전망이다.
해수부는 이어 북극 과학연구활동 강화를 위해 현재 약 230㎡에 불과한 북극 다산기지의 규모를 확대하고 아라온호에 이은 제2 쇄빙선 건조를 검토하기로 했다. 윤장관은 "아라온호 한 척으로 남극과 북극을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제2 쇄빙연구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북극정책 청사진을 토대로 해수부에 극지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올해 안으로 극지 연구 및 활동과 관련한 법률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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