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핵실험 이후 평화체제 논의 틀 자체 달라져… 대북 억지력 강화 속 신뢰 구축ㆍ국제 협약 틀 내에서 정전체제의 안정적 변화 등 장기적 전략 필요
-북핵 시설 불능화 진전 여부와 연계 불가피… 섣부른 논의는 북한에 잘못된 신호 줄 수 있어/평화 협정 체결에 앞서 북핵 문제 해결, 남북 신뢰 형성 등이 중요/북, 당사국에 한국 제외 억지 주장-남북한이 주도, 미중이 참여하는 방식 돼야
정전협정 체결 60주년(27일)을 맞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대결 구도 속에서 ‘전쟁을 잠시 그친’ 준(準)전시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 정전체제 속에서도 경제를 성장시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지만 정전협정만으론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가 어려운 만큼 진정한 평화체제로 전환해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겉으론 평화체제 전환을 내세우면서도 수시로 핵실험과 국지 도발을 시도해온 북한 변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하나 둘이 아니라는 점이다. 때문에 즉각적인 평화체제 논의보다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대북억지력을 강화하는 한편 국제사회와 맺어온 기본적 협약 틀 내에서 정전체제의 안정적 변화를 꾀하는 식의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평화체제 협상의 전제는 북핵 시설의 불능화 진전 여부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세 차례 핵실험을 통한 북한의 핵무장이 한반도 정전체제의 틀 자체를 바꿔놓은 상황에서 북핵 문제 해결 없이 평화체제를 추진한다고 ‘평화’가 담보되긴 어렵다. 북한은 평화협정 전환이 비핵화의 선결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유사시 대남 핵공격 가능성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걸림돌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체제 논의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균열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평화협정 공세를 취해온 북한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섣부른 평화체제 논의는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정전협정 이후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사례만 해도 국지 도발 994건 등 총 43만건에 이른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9ㆍ19공동성명) 등 숱한 ‘평화’ 약속을 하고도 핵실험 도발 등을 감행하면서 평화협정 논의 당사자로서의 최소한의 신뢰를 무시한 것도 북한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진정한 평화는 단순히 평화협정에 사인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협정‘당사국’에 대한 인식 차도 난제다. 북한은 1994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정전협정 백지화를 위협하면서 “한국은 협정 당사자가 아니다”고 주장해왔다. 정전 협정문에 유엔군과 북한, 중국군 사령관 외에 한국 대표 서명은 없다는 점을 표면적 이유로 들이댄 것이다. 하지만 유엔군사령관의 서명은 유엔 참전국과 한국군 모두를 대표한 것으로 봐야 하는데다 북한 역시 1954년 제네바 정치회담에 한국이 참가했을 때 이의를 달지 않았다. 결국 중국군이 철수한 상태에서 당사자 중 남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ㆍ협상을 통해 한미동맹을 흔들어보겠다는 게 북한의 노림수로 해석된다.
남북관계 전문가는 “평화협정을 체결할 경우에는 남북한이 주도하면서 미국과 중국도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면서 “진정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평화협정 체결에 앞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한 신뢰 형성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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