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경전철 10개 노선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지하철 등 기간 교통망과 떨어진 서민 지역의 교통난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2025년까지 시 예산과 국비 지원, 민간 자본을 합쳐 8조5,500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다. 먼저 떠오른 것은 이명박· 오세훈 시장 때 이런 계획을 내놓았다면 야당과 진보 시민단체 등이 어찌 반응했을까 하는 것이다. '토목 족의 삽질' 등으로 거칠게 비난했을 법하다.
공연한 상상이 아니다. 서울 경전철 구상은 2008년 오 시장 때 처음 나왔다. 박원순 시장은 이걸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우이~신설동 노선만 남기고 나머지 6개 노선은 보류했다. 그런데 1년 만에 3개 노선을 추가해 경전철을 놓겠다고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지역 주민의 오랜 민원 등을 신중하게 검토했다지만 당장 내년 지방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벌써 일부 지역에는 민주당 출마 예정자들이 환영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한다.
진보 시민운동 출신인 박 시장이 맹목적인 '토목 혐오'를 용기 있게 뿌리친 걸로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서민을 배려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용인· 의정부· 김해 경전철이 모두 수요 예측을 잘못해 쓸모에 비해 턱없이 많은 적자가 쌓이는 사례를 곧장 들이댈 것만도 아니다. 지방과 서울 취약 지역의 교통 수요는 크게 다르다. 다만 철저히 과학적인 타당성 검토를 했느냐가 문제다.
서울시는 민간업자들이 예측한 수요를 60~70%로 낮추는 등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 어디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경전철을 10곳이나 건설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검토와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시도 시비 3조500억 원에 국비 지원 1조2,000억 원을 계획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정부와 제대로 협의했는지 궁금하다. 정치적 고려가 앞서 거창한 계획부터 내놓고 정부와 밀고 당기기 하는 것을 부각시킬 생각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선거를 앞둔 달콤한 '서민 공약'은 늘 서민들을 잠시 들뜨게 했다 실망시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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