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몸 한가운데에 있는 건데, 달리면 좌우로 흔들리고 잡아당기면 아픈 게 뭐어게?” 이렇게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눈치를 보면서 잘 대답을 하지 않는다. 진짜로 몰라서 대답을 안 하는 사람도 있지만 답이 남자의 거시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특히 여자들은 그 말을 하지 못하고 웃기만 하는 경우가 있다.
넉살이 좋은 여자들이나 허물없는 사이라면 뭘 그런 걸 다 물어보냐면서 거시기 머시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쉬운 문제가 아닐 텐데...’ 하고 의심을 하면서도. 그러나 그 짐작은 완전히 틀렸다. 정답은 거시기가 아니라 넥타이니까. 언제나 잘못 넘겨짚으면 팔이 부러진다.
이 수수께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넥타이는 남성의 전유물이다. 여성에게 스카프가 있다면 남성에게는 넥타이가 있다. 넥타이는 사람의 목을 조여 자유를 구속하는 사회적 장치일 수 있지만, 남성이 성인으로 성장해 사회적 활동을 한다는 증표이자 상징적인 액세서리다.
옷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처럼 신사복에 넥타이 차림은 가장 편하고 무난한 의상일 수 있다. 넥타이 차림은 다른 복장과 달리 뭘 입을까 선택의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고 동료나 조직원 사이에서 튀거나 처질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넥타이는 아무리 색깔과 디자인이 다르더라도 근본적으로 점잖은 것, 표준화된 것, 규격화된 것, 획일적인 것이다. 그 복장은 일정한 조직과 규범에 편입돼 충실하게 지키고 따르겠다는 약속이다. 대학시절에 그렇게 무질서하고 문란하게 살던 녀석들이 깔끔하게 넥타이를 맨 차림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모습이 바로 그런 변화를 상징한다.
국가대표 축구팀을 맡은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을 소집할 때 정장 차림으로 올 것을 주문했고, 선수들은 충실히 이를 따랐다. 이들 중에는 신사복이 없어 새로 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름 양복이 없어 이 염천에 겨울 양복을 입고 온 경우도 있었다. 잠시 넥타이를 빌린 선수도 있었다.
종전 대표선수 소집 때 찢어진 청바지에 다 떨어진 모자 차림으로 헐렁 껄렁하게 훈련장 건물 앞까지 차를 타고 오던 모습은 싹 사라졌다. 보는 사람들도 좋고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진 것 같다. 홍명보 감독은 넥타이의 의미와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동아시안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이번에 소집된 팀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차출되지 않아 완전한 국가대표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7월 20일 호주와의 개막전에서 대표팀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비록 승부는 0 대 0 무승부였지만, “골만 빼고 다 나왔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로 대표팀 경기는 볼 만했다. 넥타이 효과라고 해도 될 것이다.
24일 열린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한국 팀은 골을 넣지 못했다. 홍 감독은 호주전 때보다 못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웬만큼 축구를 아는 사람들은 골을 넣을 만한 선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쨌든 한국 대표팀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각오가 달라진 건 분명하다. 사실상의 결승전인 28일의 한일전에서 ‘넥타이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임철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fusedt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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