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출구전략 시점이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세계경제가 글로벌 위기 이후 G3의 상황변화에 더욱 의존적이 됐다고 진단했다.
김 총재는 24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장의 과잉반응을 염두에 두고 기존의 '조건부(threshold) 정책'을 '정보중심(data dependent) 정책'으로 바꾸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건부 정책이란 연준이 '실업률이 6.5% 밑으로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이 2% 이상 되면 출구전략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뜻한다.
김 총재는 이어 "'조건부 정책'에선 이 숫자를 한번 넘기기만 하면 금리가 탁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생겼다"며 "이 때문에 시장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출구전략 시사 발언에 과잉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에 7월부터 연준이 들고 온 '정보 중심 정책'은 실업률이 기준점 밑으로 내려가면 출구전략을 하겠지만 다시 또 기준점 이하가 안 되면 반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총재는 "(결국 출구전략이) 예정된 코스대로 간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이게 상황을 더 확실하게 만든 것인지 불확실하게 만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또 지난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결과도 소개했다. 그는 "'현재 7.5~7.6%인 미국의 실업률이 1%포인트만 내려가도 미국의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이란 말을 미국으로부터 들었다"며 "이런 정보를 잘 공유해 정책을 취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국, 유로, 중국 등 주요 3개국(G3)의 경제가 어떻게 변하느냐가 회의의 초미의 관심사였다"라며 "과거보다 G3에 의존적이란 느낌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 박상규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옥동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윤택 서울대학교 교수, 정철균 한국고용정보원장, 함준호 연세대학교 교수가 참석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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