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연예기획사 가운데 하나인 SM엔터테인먼트가 인기 아이돌 그룹 JYJ의 연예 활동을 방해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24일 아이돌 그룹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의 방송출연 및 가수활동을 방해한 SM과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문산연)에 대해 사업활동 방해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연예계 '슈퍼 갑'의 횡포에 제동을 건 셈이다.
SM은 인기가수 출신 이수만씨가 세운 연예기획사로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등이 소속돼 있으며, 문산연은 에스엠을 포함해 연예기획사들로 구성된 사업자단체들의 연합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SM과 문산연은 SM 소속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에서 활동하던 세 멤버가 2010년 10월 JYJ를 결성해 독자적인 가수활동을 시작하려 하자, 이들의 방송 프로그램 출연과 음반ㆍ음원 유통을 막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이어 JYJ의 방송출연과 음반유통의 자제를 요청하는 협조공문을 문산연 이름으로 JYJ 1집 앨범 유통사인 워너뮤직코리아를 비롯해 9개 지상파ㆍ케이블 방송사, 11개 음반 유통사, 5개 온라인음악서비스사 등 26개 사업자에 보냈다.
해당 공문에는 JYJ가 타 기획사와 이중계약을 체결했다는 SM측의 일방적 주장만이 포함됐고, 방송출연 및 섭외, 음반유통 시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문도 담겼다.
이에 따라 JYJ는 1집 음반이 상당한 성공을 거뒀음에도 문산연 공문 발송 이후 음악·예능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하는 등 국내 가수활동에 제약을 받아, 주로 해외에서 활동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특히 연예계에서 SM의 영향력, 연예 관련 단체로 구성된 문산연의 특성 등을 고려할 때 해당 공문은 관련 사업자들에게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공정위는 판정했다.
공정위는 SM과 문산연에 대해 사업활동 방해 행위를 시정토록 하는 한편, 문산연에는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26개 관련 사업자 및 문산연을 구성하는 12개 사업자단체에 알리도록 명령했다.
JYJ 세 멤버는 동방신기로 활동하던 2009년 7월 전속계약이 불공정하다며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후 법적공방 끝에 지난해 11월 조정 합의로 법적 분쟁은 마무리된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 동안 연예산업의 불공정 계약과 관행에 문제가 있었지만, 연예인 개인의 의사나 대중의 수요와는 무관하게 기획사 위주의 영업 행태가 지속돼 왔다"며 "이번 조치가 앞으로 있을 유사한 불공정 행위를 막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SM 측은 "방해를 한 사실이 없음에도 이번 결정이 나와 유감스럽다"며 "법률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JYJ가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측은 "SM엔터테인먼트가 독점적·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실이 밝혀졌다"며 "'슈퍼 갑'의 횡포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JYJ도 "아직 갈 길이 먼 깜깜한 터널이지만, 오늘은 저 멀리 스쳐 지나가는 한 줄기 빛을 봤다. 멋진 활동으로 보답하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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