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의원은 그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의 '실종'에 대해 "NLL 논란을 더 이상 질질 끌지 말고 끝내자"고 말했다. 그는 "국회가 국가기록원 기록을 열람하려한 목적은 NLL 논란을 조기에 종결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렇게 말했다. 또 '실종' 사태의 규명은 여야가 논의하면 될 일이라며 "국정원 국정조사에 속력을 내서 대선 개입과 대화록 불법 유출을 제대로 규명, 국정원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굳이 그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국민 다수는 지루한 NLL 논란에 벌써부터 짜증내고 있다. 또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제대로 밝혀내기를 바란다. 문제는 국회가 위법 논란을 무릅쓰면서 대화록 원본을 열람· 공개하기로 의결하는 데 앞장선 이가 논란을 그냥 이대로 끝내자는 것은 모두를 의아하게 한다는 사실이다. 정치 생명까지 걸고 밝히겠다던 진실이 담긴 '사초(史草)'의 실종을 갑자기 대수롭지 않게 치부하는 말과 태도가 도무지 기이한 것이다.
우리는 국정원의 대화록만으로도 진상을 가릴 수 있다고 거듭 말했다. 여론도 그 것만으로 'NLL 포기는 아니다'는 쪽으로 판정했다. 그런데도 국가기록원 원본을 열어 보자고 우긴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주군처럼 모시던 대통령을 위해 명백하게 진실을 밝히려는 뜻이었겠지만, 이제 와서 하는 말과 태도는 스스로 '사초'의 존재를 믿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는 "정치가 참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오히려 혼란스러운 건 듣는 사람이다. 이른바 '친노' 골수가 아니라면, 과거 익숙한 '초점 바꾸기' 화법에 새삼 혀를 찰만하다. 그래도 그 중 조신하던 이가 전투적 행태를 닮더니 이제 궁할 때면 쓰던 초월적 언사마저 배워 쓰나 싶다.
문 의원은 정치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의원직 사퇴야 생각도 않겠지만, 진솔한 사과라도 해야 한다. 또 특검을 얘기하기보다 검찰 수사에 앞장서 협조해야 한다. 그게 대권을 맡겠다며 나선 이가 정치를 하는 올바른 자세이고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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