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의아하기에 충분했다. 개성공단이 파행의 길을 걷고 있는 시점에서 천안함과 연평도의 아픔을 아직도 풀지 못한 시기에 'DMZ세계평화공원'을 천명하다니? DMZ에 개성공단이 맞닿아 있고, 바다의 DMZ인 NLL에서 우리 국민이 살상되었는데.
지난 60년 간, 정확히는 'DMZ 평화적 이용'이 제안된 1970년대부터 40년간 DMZ 평화적 이용은 이단아였다. 정치ㆍ군사적 갈등이 첨예하게 진행 중인데, 정치ㆍ군사적 신뢰 구축이 없이 국가 안보의 1차 보루인 DMZ를 개방하자는 것이냐며 반대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1990년대부터는 반대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북핵문제가 왔다갔다 하는데 DMZ 이용은 무슨.
맞는 말이다. 국가안보에 최우선 관심을 가지고 도발을 억제하면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점진적으로 협력의 폭과 내용을 넓고 깊게 하자는 충정의 소신이었다. 그런데 변화가 없었다. 정치ㆍ군사적 갈등은 여전히 온존하고 DMZ도 막혀 있다.
DMZ 전체가 아니라, 어느 제한된 작은 부분의 DMZ를 대상으로 이제 사고를 전환해 보자. DMZ가 평화지대로서 원래의 기능을 하였다면 DMZ 평화적 이용은 논의될 필요가 없다. 비무장 되어야 할 DMZ가 중무장 되어 갈등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DMZ가 제 구실을 못하고 남북한이 정치ㆍ군사적 대결로 부분적인 평화조차 보장이 어려울 때, DMZ 내 제한된 지역을 대상으로 '평화지대'를 만들어 쌍방 간에 작은 신뢰와 평화를 만들고, 이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자 하는 구상이 DMZ 평화적 이용의 제안이다.
남북한 사이에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작은 평화지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으며, 'DMZ세계평화공원' 구상이 바로 그 예다.
정치ㆍ군사ㆍ경제ㆍ문화ㆍ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남북한의 국가이익이 첨예하게 얽혀있는 DMZ 일부분에 서로가 합의하여 평화적으로 이용하면서 쌍방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갈등과 대립의 수준을 누그려뜨려 전반적인 남북관계의 개선으로 진전시키자는 것이다. 갈등과 대립의 상징인 DMZ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합의 없이는 어떠한 남북간의 약속과 협력도 한순간에 무너지는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는 절실한 체험에 바탕을 둔 현실적인 정책방안이 'DMZ세계평화공원' 조성이다.
'DMZ세계평화공원'의 유치를 위해 DMZ를 접한 도와 시ㆍ군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계지역으로 그 동안 유ㆍ무형의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했던 이들의 마음을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DMZ세계평화공원'이 남북한과 국제사회의 합의에 의해 현실화되는 것이다.
비록 우리 지역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DMZ에 세계평화공원이 유치되더라도 적극 지지하고 힘을 모으겠다는 의지와 자세가 필요하다. 어느 한 지역에서 조그마하게 시작된 'DMZ세계평화공원'이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남북 상호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쌍방의 국익에 도움이 되고,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에 기여할 경우 DMZ 평화적 이용은 탄력을 받아 확대될 것이다. 지난 수 십년 동안 국가적으로, 지방적으로 준비되고 다듬어져온 여러 DMZ 관련 사업들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상 새로운 획을 그을 'DMZ세계평화공원'의 조성에 국민적 힘을 모으지 못한다면 어떻게 국제사회와 북한을 설득시킬 수 있겠는가? 정전협정에 의해 태어난 DMZ가 이제 환갑을 맞는다. 처절했던 전투의 현장이 인간과 인간이, 그리고 인간과 자연환경이 함께 '평화'할 수 있는 'DMZ세계평화공원'으로 전변될 수 있도록, 온 세계가 공감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우리의 의지를 결집하자.
손기웅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ㆍ한국DMZ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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