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변 흑돌이 너무 크게 잡혀서 백의 승리가 거의 굳어진 상태다. 그래도 김동엽이 아쉬운 마음에 1부터 11까지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미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오유진은 최대한 간명하게 처리하면서 마무리 작업을 서둘렀다. (7 … △)
12부터 14까지는 당연한 백의 권리로 나중에 흑이 백돌을 모두 다 놓고 따내야 한다. 그런 다음 16부터 28까지 슬슬 흑진을 잠식해서 더 이상 흑이 버티기 어려워 보인다. (27 … 22)
가 이후의 실전 진행이다. 12 때 흑은 빨리 A로 백돌의 수를 줄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이 당장 뒤에서부터 차례로 수를 조여서 상변 흑돌이 패에 걸린다. 김동엽이 이를 모를 리 없건 만 "어차피 진 바둑, 에라 모르겠다."는 듯 13으로 좌변 패를 먼저 따냈다. (13 19 25 … 1, 16 22 …8)
하지만 오유진이 두어 차례 패감 공방을 벌이다 26, 28로 수를 조이기 시작하자 갑자기 29와 30을 교환해서 스스로 자기 공백를 메우더니 잠시 후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매우 독특한 투석 세리머니다.
지난해 여름 프로에 입문해 명인전에는 올해 첫 출전한 오유진이 노장 김동엽을 제치고 예선 1회전을 거뜬히 통과했다. 하지만 2회전에서 신예 강자 이호범을 만나는 바람에 더 이상 승리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