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3일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을 분리하기로 한 것은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떼어내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과 금소원 간 업무 영역이 불분명해 조직 분리에 따른 비대화와 비효율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면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처럼 다시 통합 움직임이 일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현재 드러난 금소원의 업무영역은 ▦금융민원·분쟁조정 처리 ▦금융교육과 정보제공 인프라 구축 ▦불법사금융 단속과 같은 금융약자 지원 ▦금융상품 판매 관련 영업행위 감독이다. 감독 대상은 은행·보험·금투·여전사 등 모든 금융업권이고, 금감원처럼 금소원의 업무수행과 관련한 규칙 제·개정권이 주어지고, 단독검사 권한과 제재권도 주어진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이 단독검사가 가능한 지는 금감원과 금소원이 업무협약(MOU)을 맺어 상세하게 정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는 환영하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소비자 보호에만 전념할 수 있는 독립된 기구가 설치돼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며 "공급자 위주인 금융상품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두 기관의 업무가 중복돼 비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과 금소원을 새로 설치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세금은 결국 국민들 몫이라는 점에서 금소원 신설이 설득력이 약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당장 금융회사들은 불만이 많다. 많게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의 규제·검사는 물론 때때로 감사원,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회의 간섭까지 받는 금융회사들은 또 한명의 '시어머니'가 추가되는 셈이다.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은 이해하지만, 금소원의 분리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과 금소원이 조율되지 않은 채 상충하는 규제를 들고 나올 개연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큰 화두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인만큼 정책과 감독기능 분리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금융소비자보호 기구를 독립적으로 만든 것은 한 발짝 전진했지만, 금융관료의 권력남용을 막고, 정부조직 개편까지 고려한 개편 논의의 틀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에서 개편안은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그러나 "추가적인 정부조직 개편보다는 현행 금융행정체계의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반박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았던 김인철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사회적 비용은 더 들 수 있지만, 국민의 의지가 금감원과 금소원을 쪼개는 것이라면 그쪽으로 가는 게 맞다"며 "금소원이 궤도에 오르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단계적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정승양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