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아온 유명 드라마 PD 김종학(62)씨가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연탄불을 피우고 자살했다.
23일 오전 10시 18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Y빌딩 5층 고시텔 방에서 김씨가 침대에 누워 숨져 있는 것을 관리인 이모(59)씨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이씨는 "김씨가 이틀간 투숙하겠다고 말했고, 이날 나갈 시간이 지났는데도 인기척이 없어 들어가보니 출입문에 청색 테이프가 붙여져 있고 (김씨가)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욕실에서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발견됐고 출입문 틈은 모두 청색 테이프가 붙여져 있었다. 방에서 발견된 A4용지 4장 분량의 유서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외상도 발견되지 않은 데다 번개탄과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볼 때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5월 드라마 '신의'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해 배임과 횡령, 사기 혐의 등으로 피소돼 지난달 2차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중국에 체류 중이던 김씨를 소환해 조사한 뒤 출국금지 조치했다. 그러나 김씨는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신의'는 방송이 끝난 시점을 기준으로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연기자가 출연료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경찰은 김씨가 최근 출연료 미지급 문제 등 일련의 사건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는 등의 심적인 고충이 컸던 것이 자살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김씨의 한 지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연출가였는데 최근 자금 압박과 경찰 수사는 당사자에게 견디기 어려운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씨의 빈소는 당초 경기 성남시 분당구 차병원에 차려졌다가 유족들의 뜻에 따라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겼다. 빈소에는 김씨가 연출을 맡았던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 출연 배우들을 비롯해 연예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발인은 25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성남 영생관 메모리얼파크로 정해졌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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