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방이 끝 간데 없이 이어지자 여야 양측 내부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에서 출발해 '사초(史草) 파기' 논란으로까지 확산되자 장기화되는 정치권 공방에 대한 국민 피로감이 커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다.
여권에서부터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킬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NLL 공방이 장기화할 경우 득이 될 게 별로 없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의 한광옥 위원장은 23일 PBC 라디오에서 NLL 논란에 대해 "국민의 의문점은 시원하게 밝혀줄 필요가 있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NLL은 우리 영토로서 국민의 생명선이라는 원칙을 여야 간에 합의하고 이 문제를 더 이상 논쟁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선의 홍일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차피 회의록을 찾는다고 해도 끝날 수 없는 정치 공방의 성격이 있다"며 "어떠한 다른 방법이라도 출구를 찾아서 민생을 찾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인 서상기 의원도 "국민이 NLL 문제로 피로감을 느끼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여야가 NLL을 사수하겠다는 공동 선언으로 마무리하자고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국민 피로감을 덜어주려면 여당이 주도해 출구전략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회의록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생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뜻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 NLL 문제에 대해 당의 핵심적인 분들이 출구전략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하지만 방법이 마땅치 않고 내부 사정도 좀 복잡하다. 김한길 대표 등 신주류 지도부는 어떻게든 NLL 정국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병헌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 제출된 남북정상회담 사전ㆍ사후 문건에 대한 열람을 통해 'NLL 포기 발언 논란'을 종식시키자"고 주장한 것도 이런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으로선 NLL 정국에서 탈피해 하루 속히 국정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정국으로 국면을 전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당장 24일부터 국정원 국정조사 기관보고도 시작된다.
하지만 당내 친노 그룹 등 강경파들은 여전히 특별검사 실시 방안 등을 거론하며 정면돌파를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출구전략을 두고 아직은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여야 모두 이전투구식 정치 공방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NLL 정국'의 출구를 모색하는 타협책을 만들어 낼 것이라는 관측은 나온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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