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리한 장마로 상시론쾌하지 못한 기분이 들곤 하는데 가뜩이나 NLL(북방한계선)과 국정원 문제로 정치권이 사생결단하듯 싸우는 모습을 보자니 더욱 심란해 진다. NLL은 서해의 마지막 보루이자 인천, 경기 나아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2,500여만 주민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생명선이다.
며칠 전 우연히 한 방송에서 '밥퍼 목사'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가 자신의 아버지 얘기를 하는 것을 보았다. 최 목사의 아버지(고 최희화씨)는 6ㆍ25 당시 이북출신의 무명용사들로 조직된 서해 유격대 8240부대 부대장이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당시 황해도 장산곶에서 1.4km 떨어진 월내도, 오작도 등 지금의 NLL 위쪽 16개 섬을 장악하고 있다가 휴전이 되자 눈물을 머금고 남으로 내려 왔다고 한다. 휴전 당시 한반도의 모든 섬들은 유엔군이 장악하고 있었으나, 백령도 연평도 등을 잇는 NLL이 만들어 지면서 NLL 북쪽의 섬들은 모두 북한으로 넘겨주었다.
그 당시 고향땅을 코앞에 두고 물러서지 못하겠다는 8240 부대원들을 해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손원일 제독이 직접 월내도 등으로 들어와 설득을 해 남하했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방송에서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죽어서도 잊을 수 없다면서 고귀한 8240 부대원들의 희생을 아쉬워했다.
북한은 53년 휴전 당시 육지의 땅을 한 뼘이라도 더 차지하는데 온 힘을 쏟았고, 이미 유엔군에 장악된 도서지방과 바다의 경계선에는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NLL설정 20년이 지난 1973년 10월 이후에서야 북한 선박들이 NLL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서해 5도 주변수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관할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수역을 항행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또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을 일으켜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했다. 2009년에는 대청해전을 일으키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10년 3월 백령도 인근의 천안함을 침몰시켜 해군 46명을 희생시켰다. 이어 그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을 감행했다.
이렇듯 우리의 피와 땀으로 60년 동안 지켜온 서해 NLL을 북의 희망대로 공동어로와 평화수역으로 내줄 수 없다. 정치권에서 노무현 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이 있다 없다로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국민의 대통령이 국민들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국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생명선을 주적에게 상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8240부대뿐만이 아니다. 경인지역 주민들, 나아가 5,000만 전 국민이 우리의 영토를 일획 일점이라도 주적에게 넘긴다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NLL 문제는 한 야당 의원이 "(대선 당시) NLL 포기 논란은 국정원과 새누리당이 짠 시나리오" 라고 주장하자, 국정원이 이를 반박하는 차원에서 2급 비밀인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한 뒤 전격 공개하면서 표면화 했다. 이후 여야가 합동으로 국가기록원에서 원본 대화록 열람을 시도했으나 '대화록 실종'으로 일은 더 꼬여만 가고 있다.
음지에서 일하면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이 다 까발려지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가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3대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보위부(남한의 국정원 역할)와 인민보안부(남한의 경찰청 역할), 정찰총국(군 구테타 감시)을 적극 활용해 기반을 다지고 있다.
북한의 3대 정보기관을 철저히 대적해야할 우리의 국정원이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음지의 전문성도 노련함도 빛을 잃어 가고 있다. 아직도 분열조장을 일삼는 국내의 종북, 친북세력과 북의 정보공작을 누가 단절시킬 수 있겠는가. 우리는 국정원이 정치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NLL과 국정원은 정말 중요한 문제이다.
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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