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한 미국의 전직 대통령 4명의 왕성한 활동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납 추징금 환수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우리나라의 일부 전직 대통령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살아있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은 지미 카터(88), 조지 H. W. 부시(89), 빌 클린턴(66), 조지 W. 부시(67) 등이다. AP통신은 23일 '미국의 몇몇 전직 대통령들이 활동적인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직 대통령들의 근황을 소개했다.
'아들 부시'로 불리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최근 몇 주 사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이민 개혁을 지지하는 발언과 아프리카 방문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특히 2일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아프리카 탄자니아에서 1998년 테러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는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호감도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 갤럽은 지난달 부시 전 대통령의 미국 내 호감도가 긍정 49%로, 부정 46%를 앞질렀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긍정적인 응답자가 부정적인 응답자보다 많은 것은 2009년 퇴임 후 처음이다.
'아버지 부시'로 통칭되는 조지 H.W.부시 전 대통령도 건재하다. 그는 15일 노구를 이끌고 백악관에서 열린 자원봉사 공로상 '포인츠 오브 라이트 어워드'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 상은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1991년에 만들었다.
카터 전 대통령도 여전히 정력적으로 활동한다. 81년 퇴임 후 인권운동에 주력하고 있는 그는 지난주 한 연설에서 외부 집단에 의한 통제되지 않는 형태의 정치적 기부행위를 "후보자에 대한 법적인 매수"라고 규정하고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퇴임 후 활발한 자선 활동과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관련 뉴스 등으로 언론의 관심권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퇴임 후 비영리 단체인 클린턴 재단을 설립한 그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인도주의적 활동에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력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는 평가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이처럼 퇴임 후에 정력적으로 활약하는 데는 늘어난 수명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과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건강이 매우 좋아 앞으로도 오랫동안 활발한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난 뒤에 어떤 활약을 할지도 벌써부터 관심이다. 대통령학 권위자인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 역사학과 교수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백악관을 떠나고 나서도 계속해서 '활동 과잉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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