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 당시 김동엽은 흑 대마가 끊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반상에 △가 놓이자 비로소 깜짝 놀라며 그때부터 깊은 장고에 들어갔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도저히 사태를 수습할 방법이 없다. 우선 1로 젖히는 건 2로 되젖혀서 안 된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반대로 1로 끼웠지만 그래도 역시 4, 6으로 끊기는 건 마찬가지다. 미리 놓여진 ○ 때문에 다음에 어떻게 둬도 흑이 잘 안 된다.
김동엽이 할 수 없이 기왕에 잡힌 돌은 포기하고 9부터 23까지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쪽으로 전환했지만, 워낙 손해가 커서 이 정도로는 도무지 채산이 맞지 않는다. 오유진이 잠시 손을 멈추고 다시 한 번 정밀하게 형세판단을 해본 다음 26으로 중앙에 가일수해서 흑 대마를 확실히 잡아버리는 순간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참고로 수순 중 19로 1로 잇고 버티는 건 2, 4로 백의 꽃놀이패가 돼서 흑이 견딜 수 없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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