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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7월 23일] 통치도 디테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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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태 칼럼/7월 23일] 통치도 디테일에

입력
2013.07.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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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디테일에 있다(Devil in the Details)." 영국 록밴드의 노래로도 잘 알려진 경구(警句)다. 굳이 풀이하면 소소한 데 함정이나 덫이 숨어있다는 뜻이다. 좀 진부한 말이긴 하나 지난주 국내외 언론에서 동시에 읽은 게 공교롭다싶어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17일 관광진흥회의에서 이 말을 했다. 아무리 좋은 관광자원이 있어도 바가지요금과 불친절을 경험한 관광객들은 다시 오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다. 가끔 한다는 썰렁 개그보다 훨씬 낫다.

그 다음은 남아공의 만델라 전 대통령에 관한 글이다. 미국의 진보적 평론지 뉴 리퍼블릭의 칼럼은 18일 사경(死境)에서 95세 생일을 맞은 만델라를 거의 사망기사(Obituary)처럼 다루면서 '악마는 디테일에'라고 평했다. 완고한 인종분리 체제를 종식시키고 흑백 화해를 이루는 위업을 남겼지만 정작 대통령으로서 치적은 별로라는 것이다. 독일의 권위지 디 차이트도 그런 지적을 했다.

유엔과 세계 지도자들까지 '살아있는 신화'의 쾌유를 빌며 생일을 축하하는 마당에 생뚱맞다고 나무랄 법하다. 만델라는 억눌린 자유를 위해 헌신한 투쟁과 흑백 평화를 이끈 지혜로 남아공에서는 성인(聖人)처럼 추앙한다. 또 토착 왕가 혈통에 법학 등 고등교육을 받은 교양, 훤칠한 용모와 탁월한 웅변, 매력적인 미소로 세계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악마는...' 비유가 새로운 건 아니다. 그는 늘 화사한 옷차림과 예수 같은 말씀으로 계몽 군주처럼 군림하면서 호사를 누린다는 뒷말이 따랐다. 일가친족의 불화와 부패 스캔들도 잦다. 치명적인 덫은 그가 이끈 투쟁 세력이 집권 후 민중의 삶은 돌보지 않는 부패한 특권 집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 교육 보건의료 등의 개혁은 구호에 그쳐 사회적 격차가 심각하다. 소수 백인이 여전히 민간 경제를 장악한 가운데 15~34세 청년 실업률이 70%라는 통계까지 있다. 또 주택 수도 전기 등 공공서비스는 열악한 가운데 범죄 마약 윤락 등 사회악은 통제 불가다. 이런 현실은 남아공 올림픽 주변에서 벌거벗듯 드러났다.

그래서 만델라는 안팎 외교에 능란했을 뿐 내치(內治)에는 무심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를 자유의 투사로서보다 대통령으로 기억하는 젊은 세대 사이에 반감이 많다고 한다. 언뜻 우리의 초대 이승만 대통령이 떠오른다.

주제넘게 위인을 폄할 뜻은 없다. 그보다 '통치는 디테일에'라는 경구를 일깨우고 싶다. 또 '악마는...'에 앞서 '신(God)은 디테일에'이란 말을 썼다는 역사에 주목한다. 그 원조 격인 19세기 프랑스 작가 플로베르는 모호한 표현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를 추구, 정교한 현실 묘사가 탁월한 명작 를 남겼다. 특히 독일인들이 '신은 디테일에' 경구를 즐겨 썼다니, 오늘날 독일의 성공을 떠받친 완벽주의의 근원을 헤아릴 만하다.

그러고 보면 디테일한 완벽주의는 우리 역사와 사회에서도 드문 성공을 일군 통치자, 지도자의 자질이고 덕목이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치밀한 완벽주의는 잘 알려졌다. 경제 성장을 이끈 박정희 대통령의 치열한 완벽주의도 낡은 투사적 사고와 맹목적 도덕주의 등에 얽매여 실패한 대통령들이 본받을만했다. 그가 손수 스케치한 경부고속도로 인터체인지 구상은 완벽주의 열정과 자질을 상징한다. 삼성의 선대 회장 이병철의 완벽주의도 후진적 사회에서 한참 앞선 성공의 바탕이다. DJ도 그런 자질을 지녔다.

이쪽저쪽에서 대뜸 욕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디든 두루뭉술한 말과 처신으로 간사하게 이익을 탐할 뿐 제 본분엔 소홀한 이들이 득세하는 사회와 조직은 낙후와 열등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박 대통령은 '수첩 공주' 소리를 들은 완벽주의 소신을 그날 에둘러 말한 것으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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