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신임 국민은행장의 취임식이 '관치금융'을 주장하는 노동조합의 저지로 무산됐다.
국민은행은 22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이 행장의 취임식을 거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민은행 노조 50여명은 본점 앞에서 스크럼을 짜고 이 행장의 취임식 저지에 나섰다.
오후 3시50분께 이 행장이 본점 앞에 도착했으나 노조의 저지에 막혀 본점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진입을 시도하던 이 행장은 노조의 저지를 뚫지 못하고 결국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 행장은 앞서 이날 오전 8시40분께도 출근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출근하지 못했다.
이 신임 행장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취임사를 통해 "조직의 화합을 해치는 뿌리깊은 관행과 불신을 과감히 떨쳐 버리겠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를 통해 엉켜 있는 조직 내부의 갈등을 신속히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통합은행으로 출범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출신은행을 구분하고 이른바 '채널 안배'라는 명목 하에 임직원 상호간의 갈등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통합 후에도 두 은행 출신 간의 갈등이 계속되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노조는 그러나 "밀실 인사와 관치금융으로 국민은행장이 임명되는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을 것"이라며 "출근저지 투쟁 등 강력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혀 국민은행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가 이 행장의 선임을 '관치금융'으로 규정하고 무기한 출근 저지 투쟁을 선언한 만큼 이 행장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는 것은 당분간 불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임영록 KB금융 회장도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던 노조와 대화로 합의점을 찾기까지 2주일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이 행장은 그러나 "관치금융 논란은 말이 안 된다"며 "조흥은행에서 4년, 국민은행에서 2년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은행 경영에 필요한 경험을 충분히 쌓았다"고 반박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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