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요즘 구조조정을 이야기할 만큼 위기감이 팽배하다. 저금리 속에 이자 수익도 줄어들고, 대기업들의 부실마저 떠안으면서 실적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점포와 급여를 대폭 줄이고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은행권의 현 상황은 부실한 숫자로 나타난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와 BS·DGB금융지주, 기업은행 등 7개 금융사의 2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총 1조7,20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2분기(2조2,799억원)보다 적고 올 1분기 (1조9,283억원)보다 더 악화된 수치다.
저금리의 장기화로 은행 수익 기반인 이자이익이 감소한데다 STX그룹, 쌍용건설 등 대기업 부실과 해외 투자부문의 부실 등 악재가 쏟아져 나온 탓이다. 2분기에 4,000억원 가까운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됐던 KB금융은 결산이 다가오면서 순익이 2,000억원대 초반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08년부터 1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한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을 정밀 실사한 결과, 부실이 예상보다 커 2분기에만 1,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아 대기업 부실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은행도 2분기 순이익이 1분기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신한금융만 간신히 1분기 수준의 이익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마저도 이익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 유가증권을 조금씩 매도한 덕을 봤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와 이자마진 축소, 대기업 부실 등으로 은행권의 실적 개선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잇따라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9일 올 상반기 실적 점검자리에서 "하반기 모든 조직 역량을 수익성 증대와 생산성 향상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암시했다.
금융지주 회장 연봉과 수억원의 은행장 연봉부터 줄이는 곳도 있다.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이 경영진 급여를 대폭 삭감하거나 반납을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급여 삭감'은 이어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부장·팀장급이 요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은행원의 구조조정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정부정책과 배치되는데다, 올해 하반기 금융산업노동조합 산하 12개 지부의 노조위원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런 식의 구조조정이 실제 직원들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또 금융감독 당국이 단순한 구조조정 대신 은행의 새로운 수익 모델 개발을 유도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현재 국내 은행권 당기순이익의 88%는 이자에서 나오는 구조다.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에서 발생하는 단순 예대마진 수입이 은행의 핵심 수입이 되고 있는 셈이다. 비이자 이익이 순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영국(2011년 기준 53%)이나 미국(2012년 기준 37%)과 확연히 다른 수익구조라는 점에서 금융감독 당국이 분발해야 되는 대목이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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