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은행권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은행권의 수익이 최근 반토막 나는 등 경영 여건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은행원들의 억대 연봉 삭감과 함께 적자 점포 폐쇄와 과잉 인력 정리가 하반기 핫 이슈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은행 수익 급감에 따른 후속 조치로 금융지주 및 은행권에 대한 전면적인 성과 체계 점검에 돌입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점포 정리, 인원 감축, 인건비 효율화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9일 "은행이 수익기반을 닦으려면 적자점포를 줄이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설 필요가 있다"며 은행 구조조정을 채근하고 나섰다.
은행권의 당기순익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52.6% 줄어든 1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1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됐던 2분기에도 STX 기업 회생 신청 등으로 대손충당금 (손실에 대비해 쌓아놓아야 할 돈) 등의 적립 규모가 폭증, 수익성이 더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올 상반기 순익이 5,5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6% 급감했다.
반면 은행원의 평균 급여는 1억원 가량으로 증권, 보험, 카드 등 다른 금융업종보다 월등히 높다는 게 금융당국의 인식이다. 남성 직원을 기준으로 외환은행이 평균 1억2,220만원, 하나은행 1억400만원, 국민은행 1억원, 신한은행 9,500만원, 우리은행 9,100만원 수준이다. 게다가 은행원 규모는 2002년 11만8,650명에서 올해 3월 현재 13만4,745명으로 늘어났다.
금융감독당국은 은행들이 저금리에 따른 이자 수익 감소와 일부 대기업의 부실이 겹치면서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만큼 은행 구성원들도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의식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급여의 30%, 김종준 하나은행장 등이 20%를 반납하는 등 은행권 최고 경영자들이 임금 삭감에 동참한 데, 이어 적자 점포 정리, 인력 감축이 은행권의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4개 점포를 폐쇄할 예정이며, 상반기에 14개 점포를 통폐합한 신한은행도 점포 이전과 추가 통폐합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한국HSBC은행은 정규직 직원 230명에 대해 이달 말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고, 우리은행은 올해 20개 점포의 통폐합, 외환은행은 내달 초에 8개 점포를 통폐합 한다.
그러나 넘어야 될 산도 높다. 특히 올 하반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선거가 예정돼 있어 노조가 임금 및 인원 감축에 강력히 반발할 경우 은행구조조정은 난기류에 휩싸일 가능성도 크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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