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다시'관치(官治) 금융' 논란이 급부상하고 있다.
관료 출신으로 취임과정에서 관치논란을 빚었던 임영록 KB금융 회장이 금융당국 고위 인사가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이건호 부행장을 신임 국민은행장으로 전격 선임하면서 논란은 커지는 양상이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건호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부행장)이 이날 KB금융지주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신임 국민은행장으로 전격 발탁돼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 부행장은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국민은행에서 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데다, 차기 국민은행장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인물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인사가 지지를 표명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노조가 강력한 반대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도 선임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일었던 터라, 2만2,000여 직원을 이끌 은행장은 금융실무 경험이 풍부한 인사를 기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국민은행 내ㆍ외부에서 많았다. 임 회장도 회장 내정 당시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던 국민은행 노조에게 "내부인사를 중용하겠다"고 약속 했다.
결국 임 회장 본인에 이어 국민은행장마저 같은 논란에 휩싸이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전날 KB금융 부사장으로 선임된 김용수 부사장도 한나라당 부대변인, 17대 총선 출마 등의 정치권 경력으로 논란이 됐다.
옛 재무부 관료 출신인 '모피아'가 금융권을 장악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 9곳과 금융 관련 협회 7곳, 금융지주 10곳 등 총 26곳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모피아 출신이 무려 절반인 13명에 달한다.
금융연구원 인사들이 요직에 진출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금융위에서는 정찬우 부위원장, 이상제 상임위원, 임형석 국제협력관, 연태훈 자문관이, 금감원에서는 서정호 자문관 등이 금융연구원 출신이다.
관치논란은 앞서 BS금융지주 회장 퇴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임 연기,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인사과정에서도 불거졌다. 6월에는 금융당국이 장기 집권의 폐해가 심각하다며 퇴진을 요구해 이장호 BS금융지주회장이 임기를 9개월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17일 임기가 끝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후임으로는 홍영만 금융위 상임위원이 유력후보로 거론됐으나,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선임절차가 잠정 중단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에 주재성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에 금감원 보험업서비스본부장을 지냈던 강영구 보험개발원장이 내정된 뒤 뒷말이 무성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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