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의 사설 '해병대 체험' 캠프에서 고교생들이 바닷물에 휩쓸려 희생된 사건은 어른들의 안전 불감증 때문이다. 학교는 체험 활동 시설로 인증도 받지 않은 곳에 학생들을 맡겼고, 캠프 측은 구명조끼도 없이 학생들을 거친 바다에 밀어 넣었다. 어른들의 무심하고 무모한 짓에 애꿎게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것이 안타깝다.
이날 사고가 난 바닷가에는 공주사대부고 학생 90여명이 훈련을 받고 있었지만 안전을 돌 볼 교관은 단 2명밖에 없었다. 인솔 교사는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더욱이 이 일대 바다는 파도가 거세고 위험해 사고 직전에도 수영을 조심하라는 경고 방송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캠프 측은 사전 지도도 없이 학생들을 바닷물에 들어가도록 했다니, 학생들이 갑자기 물살에 휩쓸려 허우적대는데도 손 쓸 수조차 없었던 상황을 이해할 만하다.
이처럼 허술한 체험 활동 캠프가 전국에 수두룩한 사실은 크게 우려스럽다. 대부분 '해병대 극기 훈련'을 홍보하고 있지만 해병대와 무관하고 훈련받은 교관도 부족한 실정이다. 사고가 난 캠프도 30여명의 교관 중 자격증 소지자는 절반이 안 되고 나머지는 임시 아르바이트 직원이었다. 이런 곳에 학생들을 맡긴 학교의 무신경, 무책임을 먼저 나무랄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체력과 강인한 정신을 길러주기 위한 극기 훈련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여름방학 수련 활동이 학교 교육의 연장이라면 시설과 프로그램 내용, 안전 등을 미리 꼼꼼히 살피고 학생들을 함께 돌봐야 한다.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무인도 체험을 갔던 대안학교 학생 2명이 실종됐다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교육부는 뒤늦게 일선 학교에 안전 수칙 준수를 당부하는 등 부산스럽지만 뒷북 행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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