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특별집행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사업체와 자택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종류별로 분류하면서 본격 분석 작업을 벌였다.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 등에서 압수한 물품은 그림 300여점 등 미술품 수백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다음 주부터 미술계 전문가들을 통해 이들 작품의 진위를 파악하는 한편 관련자들을 불러 구입 경위와 자금 출처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압수된 미술품에는 국내외 유명 예술가 48명의 작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작가는 천경자, 김종학, 육근병, 정원철, 권여현씨 등이며 해외 작가는 이탈리아 조각가 스타치올리와 프란시스 베이컨 등이다. 여기엔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직접 그린 그림 7점과 사진작가 배병우씨의 작품도 포함됐다.
압수된 미술품의 종류는 동양화, 서양화, 판화, 서예, 포스터, 족자, 타일 액자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품 중 천경자 화백의 그림 등 현대 미술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 2팀에서, 고가구와 불상 등 고미술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유물관리부에서 각각 나눠 보관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미술품이 보관돼 있던 시공사 사옥의 지하창고는 온도, 습도 등에서 미술품 보관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었다고 한다.
이들 작품이 진위 확인을 거쳐 모두 진품으로 판명된다면 그 가치는 수십∼수백억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진위 확인은 전문가 감정을 거쳐야 해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압수된 미술품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취급하는 H, G 갤러리 등과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거래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 중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전 전 대통령 측의 미술품 구입에 깊숙이 관여한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향후 본격 수사로 전환할 시 재국씨가 주요 표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0여곳 압수수색 대상 중 절반 이상이 재국씨와 관련된 곳에 집중되기도 했다.
이는 검찰이 재국씨 등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부각시켜 전 전 대통령 내외를 압박하는 우회전략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이 추징금을 자진해서 낼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검찰이 연결고리를 추적해 밝혀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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