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없다면 도대체 어디로 증발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여야가 22일까지 회의록을 계속 찾아보기로 했지만 최종적으로 없는 것으로 판명이 난다면 ‘사초(史草) 파기’ 논란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는 결국 회의록이 생산되고 이관됐다는 2007년 말~2008년 초 정권 교체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우선 회의록 생산 과정부터 살펴봐야 한다. 2007년 10월 3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은 디지털 녹음기로 회담 내용을 녹음했고, 회담 후 녹음기를 국가정보원으로 보내 녹취록 작성을 맡겼다. 국정원은 녹취록을 만들어 청와대에 전달했고, 조명균 비서관이 국정원 초안과 관련 자료를 종합해 최종본을 만들었다.
이후 최종본은 전자문서 형태로 만들어졌고, 2007년 12월쯤 참여정부의 청와대 온라인업무관리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 등 참여정부 인사들은 18일 기자회견에서 “회의록은 2007년 10월 국정원에서 작성한 초안이 보고된 이후 조 전 비서관의 최종 보완 작업을 거쳐 그 해 12월경 ‘이지원’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며 “대통령 보고와 재가를 거친 이지원 문서는 1부속실에서 기록물을 담당했던 이창우 행정관에 의해 지정기록물로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2008년 초 ‘이지원’ 시스템 전체를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했기 때문에 ‘이지원’ 시스템으로 대통령에게 보고된 회의록은 100% 이관 됐다는 게 참여정부 측 인사들의 주장이다. 대통령 보고가 완결된 전자문서는 ‘이지원’ 시스템상 빠짐없이 이관돼 누락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이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에 없다면 참여정부 청와대가 애초에 회의록을 이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국회 정보위 소속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19일 “노 전 대통의 지시로 회의록이 파기돼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상회담 대화 내용이 너무 엄청나 파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상회담 회의록 같은 중요한 비밀자료를 실제 이지원 시스템에 보관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안상의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이지원 시스템이 아닌 다른 곳에 보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참여정부 청와대가 회의록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국가기록원이 아닌 다른 곳, 이를테면 봉하마을 같은 곳으로 옮겨졌을 것이라는 추측도 할 수 있다.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정부는 노 전 대통령 측이 청와대 자료를 봉하마을로 가져갔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양측은 논란을 벌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이 자료를 돌려주면서 상황이 마무리된 적이 있다. 여권에서는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이 자료를 돌려줄 때 빠진 문서가 일부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참여정부 인사들은 “봉하마을에 있던 자료는 국가기록원에 자료를 모두 넘기면서 복사한 사본으로, 이도 모두 돌려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이 이관된 후 이명박정부에서 파기되거나 보관 과정에서 분실된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지만 이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