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열람위원들이 국가기록원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찾지 못하자 지난 2008년 불거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 자료유출 논란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에도 자료 유출과 삭제 논란이 벌어졌던 만큼 당시 상황을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주인이 교체된 직후인 2008년 3월, 이명박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참여정부가 남긴 '기록 이관, 인계인수, 퇴임 후 활용 준비 현황' 보고서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측이 기록물을 봉하마을 사저로 가져간 정황을 발견했다. 이 때부터 신ㆍ구 정권 간의 물밑 신경전이 시작됐다.
이명박정부는 참여정부에서 생산한 기록물을 원상 반환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봉하마을에 보내는가 하면, 유출의 증거를 찾기 위해 자체적으로 자료 수집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국가기록원에 자료를 모두 넘겼고 봉하마을에 있는 것은 회고록 집필 등을 위해 가진고 온 복사본"이라고 맞섰다. 이 때까지는 어디까지나 물밑 공방이었다. 하지만 6월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면서신ㆍ구 정권은 감정싸움을 벌이는 등 거세게 맞붙었다.
이명박정부는 7월8일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여정부가 봉하마을에 청와대와 같은 이지원시스템을 구축해 자료를 유출했고, 이 과정에서 자료가 삭제된 의혹도 있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참여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말 기준으로 대통령비서실 생산 문건은 240여만 건이었는데, 지금 기록원에 가 있는 자료는 정확히 204만여건"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주장대로라면 36만여건이 사라진 셈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측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흠집내기"라며 "봉하마을에 있는 것은 사본이고 삭제된 자료도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구 정권은 현 정권의 압박을 더 이상 견뎌내지 못했다. 이명박정부의 청와대가 기록물 유출에 관련된 실무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우자 2008년 7월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기록물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했다. 국가기록원의 고발로 검찰 수사도 시작됐다. 검찰은 9월17일 청와대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비서관을 피고발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이 사건 수사는 이듬해 노 전 대통령 서거(5월23일)로 사실상 중단됐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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