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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7월 20일] 한중 FTA, 어느 쪽에 기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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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7월 20일] 한중 FTA, 어느 쪽에 기회일까

입력
2013.07.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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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사에 영욕의 역사를 함께 해온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 양국 정상이 '높은 수준의 포괄적 협상'을 선언한 터라 6차에서 협상의 틀(모델리티)에 대한 상당한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넓은 소비자층과 지리적 접근성, 급속히 진행되는 도시화 등은 시장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지만 근접 조명해보면 환상은 금방 깨진다.

산업부문간 균형된 협상을 주문하고 싶다. 한중 FTA에 따른 우리의 최대 피해산업은 농업부문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런데 각 기관의 득실분석과 달리 농업 50%, 제조업 100% 관세를 인하하면 GDP 성장률이 한EU 1.02%, 한미 0.56%, 한중 2.72%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실제론 FTA체결 후 우리의 실질성장률은 하향곡선을 보였다.

반도체와 LCD, 석유화학에서 우리가 우세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중국 화웨이전자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얇은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1ㆍ4분기 휴대폰 판매량도 ZTE와 합하면 9.1%로 3위 LG전자(4.9%)의 두배에 가깝다. 또한 수출의 절반 정도가 중국내 한국계 기업이며, 중국에서 임가공 후 재수출하는 가공무역이 대다수이다.

중국은 세계 수출시장에서 1위 품목이 1,275개로 가장 많고 산업구조가 급속히 고도화하고 있어 산업생태계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최근 농업을 창조경제의 전형이라고 했듯이 농업부문 피해에는 보전책 마련과 더불어 R&D 예산지원을 통한 경쟁력 강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주곡을 비롯해 농산물의 양허제외 품목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 중국도 18개국과 FTA를 이미 체결했지만 아세안과 FTA에서 100개, 칠레와는 50개, 뉴질랜드와는 52개 품목을 양허 제외하였다. 지난 협상에서 양허대상품목 관세 철폐기간을 일반품목군은 10년, 민감품목은 10년 이상으로 정했으나, 철폐기간을 늦추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한 때 오렌지와 바나나가 과일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듯이 철폐기간이 지나면서 입맛이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또한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나마 담보하려면 중국이 뉴질랜드와 FTA 체결시 채택한 중간심사제도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농식품 차별화에도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고객층을 세분하고 기호식품을 재분류해야 하고 양질의 농산물을 신선하게 공급하기 위해선 수확후 처리기술, 저온저장고 출하 등 콜드체인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네덜란드에 버금가는 우리의 농업기술과 사포닌 성분이 탁월한 인삼, 맛이 독특한 마늘과 양파, 친환경 과일과 축산물은 우리만의 강점이다. 탁월한 품질검역기술과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 이력추적제, 원산지표시제 및 철저한 브랜드 관리로 차별화를 계속해 나가야 한다.

우리 스스로도 위생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산에 대한 여론을 떠나 국민건강을 위해 농식품 검역과 위생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중국은 국제규격이 아닌 자국의 위생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우리의 효자수출품인 김치 수출이 지난해 93.4% 줄었고, 금년에는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지역화 문제도 경계해야 한다. 2010년 구제역 발병으로 수백만두의 소와 돼지를 살처분했던 사태를 생각하면 쉽게 대응해서는 안될 것이다.

농산물을 자급하지 못한 선진국은 우리와 일본밖에 없다. 이젠 13억 5,000만 중국인과 우리 국민들의 마음 빼앗기에 총력을 모아야 한다. 근접한 세계적 대국과 협상을 해야 하는 까닭에 자칫 문화까지 동요될까 걱정이다. 협상에서 카드는 양날의 칼이다.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샬이 언급한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필요하다"는 명언이 떠올려진다.

명정식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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