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방문한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이 일본 외무장관에게 건넨 덕담이 구설에 올랐다. 김 차관은 18일 오전 도쿄의 일본 외무성 청사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번 참의원(21일) 선거에서 (자민당이) 크게 대승을 거두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로 인사말을 나누는 모습을 5분여 동안 취재진에게 공개했을 때 나온 발언이었다.
자민당 소속 중의원 의원이기도 한 기시다 외무장관이 "참의원 선거 관련 일정 때문에 예정보다 늦게 면담장에 도착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선거 이야기를 먼저 꺼내자 김 차관이 분위기에 맞춰서 이같이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공명 연립여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도 감안한 언급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일 고위 당국자의 공식 회동으로, 취재진 20여명이 있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으로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역사인식 문제로 인해 양국의 정권교체 이후 한일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울 만큼 양국 관계가 경색돼 있는 상황에서 김 차관이 자민당의 대승을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앞으로 일본의 다른 정당이 집권당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을 넘은 덕담으로 보인다.
한일관계 전문가는 "요즘처럼 한일관계가 민감한 상황에서는 고위 외교관은 자신의 발언이 상대국과 자국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될지 신중히 생각하면서 말해야 한다"면서 "김 차관이 상대에 대한 배려에만 너무 신경을 쓴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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