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도대체 언제 어떻게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회의록 생산과 이관, 보관 과정 중 어디에서 회의록이 증발했는지 밝혀야 한다. 중요한 사초(史草) 유실 의혹 사건인 만큼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큰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까지 회의록은 국가정보원이 남북 정상회담 후 2008년 초 녹음파일을 풀어 2부를 만든 뒤 청와대와 국정원이 각각 1부씩을 보관했고, 청와대 보관본은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당시 국가기록원에 이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만약 국가기록원에 회의록이 없다면 이관, 보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우선 참여정부 청와대가 회의록을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새누리당 일부에서 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다. 이명박정부 당시 관계자도 과거에 "참여정부 청와대가 2007년 말과 2008년 초 사이에 회의록을 폐기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18일 "노 전 대통령이 불리한 기록을 폐기하도록 지시했거나, 퇴임하면서 관련 기록만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인사와 민주당은 회의록 삭제ㆍ폐기는 있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은 CBS 라디오에서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824만 건에 달하는 모든 기록물을 넘기고, 혹시나 싶어서 외장하드에 담아서 기록물만 별도로 보냈다"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만 빠졌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비서관은 "못 찾고 있거나, 좀 더 시간을 끌고 진위를 가릴 수 있는 검증 자체를 회피하려고 하는 의심도 간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도 "참여정부가 회의록을 없앨 이유가 없다. 기술적 문제 등으로 아직 찾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물론 아직 회의록을 찾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테면 비밀기록물이어서 정상회담과는 전혀 다른 '코드명'으로 다른 제목을 달았기 때문에 검색이 잘 안 될 수 있다. 또 대통령기록관과 참여정부의 청와대 온라인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 운영 시스템의 차이로 문서를 검색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지원은 '디지털 지식정원'의 약자로,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업무를 전자적으로 일원화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회의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됐다면 보관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다. 누군가 회의록을 파기했거나, 아니면 보관 과정에서 분실했을 수 있다. 민주당 내부에선 "만약 회의록 원본이 없는 것이라면 이명박정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 나왔다. 이명박정부에서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회의록을 파기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권은 "상식적으로 이명박정부가 회의록을 없앨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가기록원의 부실 보관으로 분실ㆍ훼손된 게 아니냐는 추측도 해볼 수 있다. 이관되는 과정이나 이관된 후에 컴퓨터 파일 형태의 회의록이 유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의 문서관리 시스템과 이지원의 시스템이 달라 문서 형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느 경우든 진실이 규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 진상을 밝히기 위한 검찰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심지어 '영구 미제'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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