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세를 보이던 단기 부동자금이 최근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이 17일 내놓은 '최근 부동자금의 급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국내 단기 부동자금은 767조8,000억원(현금 포함시 814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5월의 최고치보다 9조7,000억원(현금 포함 시 26조4,000억원) 많은 액수다.
단기 부동자금은 불안 심리로 장기 투자처 대신 단기 금융상품에 몰려든 자금으로, 너무 많으면 실물경제 침체와 금융시장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조사된 단기 부동자금 767조8,000억원 가운데 금융기관별로는 예금은행이 517조1,000억원(67.3%)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 129조6,000억원(16.9%), 투신 110조3,000억원(14.4%), 종금 10조8,000억원(1.4%) 등의 순이었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의 단기 부동자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였다. 가계의 단기 부동자금은 2009년 말 340조3,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76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기업의 단기 부동자금이 231조원에서 239조3,000억원으로 증가하는 데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단기 부동자금 비율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65%에서 2012년 말 현재 58%로 다소 낮아졌지만 앞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비율이 급격히 올라갈 우려가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단기 부동자금은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경제주체별 금융자산' 데이터로도 추정이 가능한데, 이 방식으로 계산해도 올해 1분기 단기 부동자금은 925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보고서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고 장기 수익률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단기 부동자금이 급증한 이유로 들었다. 박 연구위원은 "단기 부동자금은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어 점진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며 "경제 주체들의 불안 심리로 단기 부동자금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업, 가계의 소비·투자 심리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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