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17일 민주당 김현, 진선미 의원의 특위 위원직 사퇴로 일단 출발할 수 있게 됐다. 국조 활동 기간 45일 가운데 16일을 공회전한 뒤에야 뒤늦게 시동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국정조사 대상 범위와 증인 채택 등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으로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국조특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간사회의를 갖고, 18일 오전 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기관보고 일정과 대상 기관을 의결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또 24일부터 26일까지 법무부,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의 기관보고를 받되 국정원 보고 내용의 공개 여부는 추후 논의키로 했다.
앞서 새누리당이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관련자로 고발된 점을 들어 제척(배제)을 주장했으나 사퇴를 거부해 왔던 김현, 진선미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국정조사가 새누리당의 발목 잡기에서 벗어나 순행하길 바라는 충정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두 의원은 국조 파행 장기화에 대한 부담을 감안해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이상 국조 파행이 계속되면 득 될게 없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판단도 작용했다. 민주당은 김, 진 의원의 후임으로 김민기 박남춘 의원을 특위 위원으로 보임했다.
김, 진 의원의 사퇴를 국조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새누리당은 두 의원의 사퇴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이를 계기로 국조가 원만히 진행돼 한 점 의혹 없이 사실 관계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조 정상화는 됐지만 국조 진행 세부 사항을 놓고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크다. 가장 큰 쟁점은 증인ㆍ참고인 채택 문제이다. 여야 간사는 이날 회의에서 증인 명단을 교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직원 매관매직 의혹'의 배후로 지목한 김부겸 전 의원과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 논란 관련자인 김현, 진선미 의원 등 전ㆍ현직 의원 11명을 비롯해 총 91명의 증인ㆍ참고인 채택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민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를 비롯해 증인 88명, 참고인 25명 등 총 117명을 증인ㆍ참고인 후보로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민주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을 국조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국정원 직원 매관매직 의혹과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에 국조의 초점을 맞추는 반면 민주당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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