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17일 발표한 합의문에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80%%로 제한하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의 후퇴를 넘어 파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상위 30% 노인들이 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번 안은 '모든 노인들에게 동일한 액수를 지급한다'는 공약 취지와는 적잖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과 파장이 예상되는 데도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이 같은 결정을 한 데에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재정으로는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무리라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애초부터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 바로세우기 국민행동'은 이날 논평을 내고 "합의문은 공약 후퇴를 위한 명분으로 박 대통령이 국민과 한 약속을 파기하려는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며 "공약 파기 수순을 밟아간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또 있다. 지급 방식에 대해 단일한 결론을 내지 못했지만 일괄 지급보다는 차등 지급에 방점을 찍은 부분이다.
현재 노동계와 농민 층에서는 월 20만원을 일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재정을 고려해 10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차등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위원회 내에서도 다수를 이뤘다. 때문에 차등 지급의 기준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위원회는 소득 인정액 또는 공적연금액을 기준으로 액수를 산정하겠다고 했지만 누구를 상대로 얼마를 깎을 것인가를 놓고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위원회 안을 바탕으로 기초연금을 어떻게 지급할지를 검토해 8월 말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무 부처인 복지부는 결국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게 월 10만~20만원씩 차등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상 축소에 이어 지급액마저 줄어든다면 공약 축소 또는 파기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만일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마찬가지로 노인 인구 중 소득하위 70%에 줄 경우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 159만명 가운데 45%인 71만명은 기초연금 대상에서 아예 배제된다.
재산과 소득을 합친 소득인정액이나 공적연금 지급액에 따라 지급액을 차등화할 경우 장기적으로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 비중은 점차 줄어들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연금 장기가입자가 늘고 평균 지급액도 많아지는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밖에 인수위가 설계한 기초연금 방안에선 이미 충분한 연금을 보장 받는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수령자와 배우자를 원천 배제했으나 위원회는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 연금 수령자를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았다.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 연금 대상자를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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