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조종은 크게 이륙, 순항, 착륙 과정으로 구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어느 과정이 제일 어려우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 교과서는 쉬운 과정은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 지난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아시아나항공 214편(보잉777) 사고는 분명 착륙과정에서 일어났다. 왜 그런 사고가 났고 누구의 잘못인가를 논하기 전에 비행기 조종에서 가장 중요한 거동을 한번 보자.
작가이자 조종사였던 프랑스인 생텍쥐페리는 1920년대 초창기 시절 초보 비행학교에서 '스톨'(stall)과 '스핀'(spin)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고 그의 저서 에서 적어 놓았다. 스톨이란 날아가던 속도와 동력을 잃고 그대로 추락하는 실속 현상을 말한다. 즉 유체역학에서 연속성을 잃어버리는 시점이다. 이 실속 현상은 비행 속도가 느린 이착륙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고 이런 현상에서 빠져 나오는 데는 상당한 고도가 필요하다. 또 이착륙 과정에는 비행기 고도가 낮기 때문에 빠져 나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추락하는 경우가 많다. 조종사 훈련 과정에서도 실속 현상에서 회복하는 기술을 언제나 필수 과목으로 정해 놓았다. 어떤 비행기를 막론하고 비행기의 실속 속도를 그 직전에 경보해주는 장치가 없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의 대형 여객기는 요크(조종간)를 진동시켜 조종사가 꼭 느낄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륙 과정에는 활주로에 표시된 출발점에서 기다리다 관제사의 출발 지시를 받고 엔진 출력을 최대로 올리고 지시한 방향과 고도로 날아야 한다. 이 경우 자동조종(Auto-Pilot) 장치를 연결할 수 있으나, 입력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과 연결 작업의 불편함 등으로 조종사가 직접 수동으로 조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륙 과정은 영화 '빨간 마후라'나 '청연'에서 보이는 것처럼 멋있기만 한 과정은 아니다. 오히려 조종사에게 매우 긴장된 순간이다. 일단 이륙 과정이 끝나면 관제사가 레이더를 보고 출발ㆍ접근 관제영역으로 주파수를 바꾸라고 지시하고 조종사는 관제사와 교신을 이어가야 한다. 그 후에는 순항 과정에 들어가는데 여객기 거의 대부분이 자동조종에 연결시켜 비행기가 전부 속도ㆍ고도ㆍ방향 등 미리 입력된 데로 날고 조종사는 한번씩 자료를 검토해보는 작업밖에 할 일이 없다.
이번에 사고가 난 보잉 777기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착륙사고 직전에 속도가 103 노트이고 고도는 거의 500피트에 가까웠다.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시방서에 따르면 이 기종의 최적 착륙 속도는 140노트 정도다.
아시아나항공 214편이 최종 착륙 과정에 들어가기 5분전에는 기상 상태가 청명하고 바람도 거의 없는 최적 상태였고 고도 해발 2,175피트에서 속도 186 노트였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렇다면 왜 어떻게 갑자기 그렇게 낮은 속도와 고도로 변경될 수 있는가는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봐야 한다. 자동경보 장치는 물론이고 비행경력 1만 시간에 가까운 베테랑 조종사가 이를 감지 하지 못했다는 것은 전혀 믿을 수 없다. 그렇다고 확실한 자료가 나오기 전에 기체 고장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이런 경우 조사가 한창 진행 중에 있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나 항공국(FAA) 등 정부 기관과의 외교적인 존중과 격려의 대화가 대결과 반대의 언사보다 더 필요할 것 같다. 또 제작자인 보잉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언사는 절대로 삼가해야 한다. 항공계에서는 보잉의 직ㆍ간접적인 영향력이 어느 정부기관 만큼이나 막강하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고, 또 엄청난 기술 자료를 보관하고 있으므로 섣부른 판단으로 대결하는 것은 삼가야 할 일이다. 어느 경우이든 어느 기관이든 사실에 기초를 둔 올바른 조사 결과를 발표 할 것이라고 믿는다.
정석화 미국 유타대 구조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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