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전세자금 대출 제도가 당국의 관리 부실로 주택 구입에 악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감사원이 17일 밝혔다.
감사원은 지난 2∼3월 국토교통부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을 대상으로 '공적 서민주택금융 지원 실태'를 감사해 이 같은 문제점을 밝혀내고 국토부 장관에게 사후 관리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이 우리은행 등 5개 은행에서 취급한 근로자·서민·저소득 가구 주택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13만1,601명의 주택 취득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110명이 전세자금을 빌려서 곧바로 주택을 구입했다. 전세자금을 빌린 뒤 집을 매입하면 대출금을 변제해야 하지만 국토부는 대출자의 주택 취득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근로자주택 전세자금 8,000만원을 대출받은 A씨는 같은 해 4월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를 매입했으며, A씨의 아내는 지난해 5월 경북 포항시의 다른 아파트를 취득했지만 대출금 변제 요구를 받지 않았다.
또 새 아파트를 분양 받은 계약자 30명은 자신은 임차인이고 시공사 직원이 집주인인 것처럼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근로자 또는 서민 주택 전세자금 7억6,000만원을 대출받은 뒤 아파트 소유권을 돌려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국토부가 저소득 가구에 대한 전세자금 지원 기준에서 전세보증금 한도를 수도권은 2011년, 지방은 2007년 이후에 한 번도 올리지 않았다면서 국토부 장관에게 최근 급등한 전세가격을 고려해 보증금 한도를 상향 조정하라고 요구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올해 2월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연 4.3%이지만 전세자금 대출 이자는 3.7%에 불과하다"며 "전세자금을 주택 구입 자금으로 유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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