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심장부인 한국거래소가 이틀 연속 전산사고로 물의를 빚고 있다.
16일 오전 1시 22분 서울 거래소 전력공급장치에 붙어 있는 애자(도자기 재질의 절연장치)가 파손돼, 전산 기계실 전원 공급이 끊기면서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 연계 코스피200지수 선물 야간거래가 3시간 이상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CME 야간거래가 중단된 것은 2009년 시장 개장 이후 처음이다.
앞서 하루 전인 15일 오전에도 거래소의 전산 오류로 코스피ㆍ코스닥 지수가 1시간 동안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10여 분 가량 늦게 전송되는 사고가 발생, 투자자들이 혼선을 겪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새벽 CME연계 코스피200 지수선물과 유렉스(EUREX) 연계 코스피200옵션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여의도 서울사무소 내 정보분배시스템이 작동을 멈췄다고 밝혔다. CME 야간거래는 하루 평균 1만8,000 계약 정도가 체결되는데, 이날은 새벽 정전 사고로 1만802계약만 체결됐다. 평시에 비해 7,000계약 정도가 정전사고로 체결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전날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발표, 17∼18일 벤 버냉키 의장의 미국 상ㆍ하원 청문회, 미국 제조업 지표와 산업생산 지표 발표 등 이벤트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이었던 만큼 보이지 않은 투자자 피해는 더 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 22분께 알 수 없는 이유로 전력 공급부에 설치된 애자가 깨지면서 건물 전체가 정전됐다. 거래소는 비상발전기를 작동시켰지만 이미 오전 1시40분을 전후해 서버 9대와 장비 일부가 과열로 다운되면서 전산장애를 일으킨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소는 이에 따라 CME와의 협의를 거쳐 오전 3시께 CME 연계 코스피200 지수선물 거래를 평소보다 2시간가량 조기 마감했다. 평소 야간선물 거래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야간옵션 거래는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이뤄진다.
거래소는 이날 사고와 관련해 설비 운용인력을 증원해, 24시간 비상 대비 체제를 구축하고 전산 마비에 따른 손해배상은 적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기 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한국거래소의 시스템 안정성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거래소는 하루 전인 15일 오전에도 9시15분부터 66분 동안 증권사 시세 단말기에 증권거래지수를 최대 15분 이상 지연 전송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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