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에게 빵때림을 당해서 중앙이 다 부서졌으니 흑은 이제 좌변에서 대가를 구해야 한다. 최규병이 1로 젖혀 백돌을 잡은 건 당연한데 신진서가 2로 끊었을 때가 문제다. 사실 지금은 흑이 5로 단수 쳐서 백3, 흑A, 백B로 처리하는 게 정수지만 그렇게 둬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최규병이 반대로 3으로 단수 쳤다. 당장 4, 6으로 끊겨 상변 흑이 위험해질 게 불을 보듯 뻔하지만 최대한 실리 이득을 취한 다음 7. 9로 단수 쳐서 패싸움에 마지막 승부를 걸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패감은 흑이 부족하다. 신진서가 18로 패감을 썼을 때 흑이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14 … △, 16 … ▲, 17 … 11)
결국 최규병이 1로 패를 해소했지만 2, 4로 끊겨서 우중앙 흑돌이 크게 잡혔다. 대신 흑도 좌상귀를 차지하는 큰 바꿔치기가 이뤄졌지만 전체적인 형세는 이미 백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흑이 덤을 내기는커녕 반면으로도 많이 부족해 보인다. 신진서가 12, 14로 마지막 남은 큰 곳을 차지하자 최규병이 잠시 후 돌을 거뒀다. 146수 끝, 백 불계승.
국내 프로기단의 막내 신진서가 명인전 데뷔무대서 대선배 최규병을 상대로 멋진 바둑을 선보였다. 신진서는 이후 고주연, 최원용을 계속 이겨 기대를 모았지만 4회전에서 한태희에 져 아쉽게 탈락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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