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외사부와 '전두환 추징금 집행' 전담팀 소속 수사진 7명이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은 시각은 16일 오전 9시 30분.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과 관련한 재산 압류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경찰 10여명은 자택 앞 골목길 80m를 완전히 통제하면서 압류 절차를 지원했다.
같은 시각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운영하는 시공사와 관련 업체 등 17곳에서도 수사관이 급파돼 압수수색을 벌였다.
특히 검찰은 이날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해 전 전 대통령의 자택과 관련 인물들의 주거지, 회사 사무실 등을 샅샅이 확인했다. 혹시 존재할 수 있는 비밀금고 등을 수색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연희동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의 재산 압류 절차에는 무려 7시간이 걸렸다. 수사진이 자택으로 들어가자 안에 있던 전 전 대통령 내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집행문을 내보이고 상황을 설명하자 "알겠다"며 순순히 집행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내외분이 현장에 입회했고 압류 처분을 지휘하는 검사에게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이 이런 모습을 보여줘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민 전 비서관은 "검찰이 2003년 찻잔 세트와 진돗개 두 마리까지 가압류했다"며 "처음 겪는 일도 아니어서 특별히 힘들거나 심기가 불편한 내색은 없었다"고 전했다.
전담팀은 집안을 돌며 전 전 대통령 재산으로 추정되는 주요 동산에 대해 '압류물표목', 일명 '빨간 딱지'를 붙였다. 앞서 옛 서울지법 서부지원 집행관이 2003년 전 전 대통령 자택에 있던 동산에 대해 압류 조치를 했지만, 자택 안에까지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이날 일부 압수수색 및 압류 장소에서 고가의 그림과 도자기, 미술품 등 수십 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과 관련한 압수수색 장소에서 확보한 수십 점의 고가 미술품 등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 특수수송 장비와 차량도 동원했다.
고가의 그림과 미술품 등은 특수 포장을 한 상태로, 운행 도중 진동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무진동 차량을 통해 운반됐다.
검찰은 이들 물품이 보관 과정에서 훼손·손상되지 않도록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를 받아 국립 미술관 가운데 한 곳에 보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고가 물품 등의 자금 출처를 확인한 뒤 전 전 대통령의 재산으로 구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곧바로 국고로 귀속시킬 방침이다.
연희동 주민들은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재산 압류 절차에 들어가자 대체로 '당연한 조치'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주민은 "대통령까지 하신 분인데 강제로 빨간 딱지를 붙인다는 게 보기 좋지만은 않지만 재산을 은닉했다면 이를 징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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