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가동되기 시작한 국회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16일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새누리당 소속 위원들이 민주당 김현∙진선미 의원의 특위 배제 요구를 고수하며 불참해 파행했다. 총 45일 간의 국정조사 기간 가운데 3분의 1을 특위 구성조차 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하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특위 첫 회의부터 국정원 여직원 불범 감금 혐의로 고발된 두 의원의 특위 배제를 요구하며 사실상 국조를 보이콧하고 있다. 국조 특위의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어떤 주장을 하든 우리의 방침은 전혀 변함이 없다"며 "두 위원을 교체해 하루빨리 특위를 정상화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권 의원은 민주당이 이날 특위를 단독 소집한 것과 관련, "여야 합의 없이 소집했으니 새누리당은 참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은 민주당에 넘어가 있는 형국이지만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고 김∙진 두 의원의 사퇴로 사실상 가닥을 잡았지만 특위 팀이 "강제 사퇴는 없다"고 강력 반발해 한 발 후퇴하는 등 내홍 양상을 보였다.
민주당 정세균 상임고문은 이날 CBS에 출연해 "여당의 터무니없는 주장에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된다"면서 새누리당의 사퇴 주장을 일축했지만, 정동영 상임고문은 교통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정조사를 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두 의원 사퇴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날 민주당 위원만 참석한 국조 특위 전체회의는 여당 성토장이 됐다. 김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어떠한 상황이 도래하더라고 이 자리를 지키겠다"며 사퇴 거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와중에도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관련해 연일 돌직구를 날리며 대여 공세의 선봉에 서고 있는 문재인 의원은 김∙진 의원의 특위 배제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문 의원 측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국기문란 사건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 왜곡에 대해서는 당연히 맞서 싸워야 하지만 문 의원이 당내 갈등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 주변에선 민주당의 자중지란이 온건∙합리 노선을 취하고 있는 지도부와 NLL 논란으로 전면에 나선 친노(친노무현) 그룹 간의 주도권 싸움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은 친노 그룹에게 '지난 대선 패배의 책임자'란 정치적 낙인을 지울 수 있는 호재"라며 "자신들의 정체성 해명을 위해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이슈를 이끌 듯 당내 주도권 싸움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 내에서는 국정조사가 무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새누리당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적지 않아 김∙진 의원이 당을 위해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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