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국제중의 법인 이사장 등 학교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성적을 무더기 조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배려대상자(이하 사배자) 전형의 주관적 점수를 조작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해 배려해야 할 대상자들을 오히려 배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편입학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데다 사회적 배려대상자들에게 더 큰 불이익을 안겼다는 점에서 일선 학부모와 시민들은 "학교가 아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며 크게 분노했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이 학교 관계자들을 질타하는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2012학년도 영훈국제중에 지원한 아동보호시설 출신 초등학생 4명 중 합격생은 단 1명뿐이었다. 탈락한 3명 중 2명은 정상적 절차에 따라 선발했다면 충분히 합격할 수 있었던 상위권 학생이었지만 성적 조작으로 탈락했다.
2013학년도에도 같은 학교 출신 초등학생 4명이 영훈국제중에 지원했지만 역시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떨어졌다. 이들 탈락자 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가 충분히 합격하고 남았을 만큼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시설 아동은 대부분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기 때문에 학교 차원에서 편견을 갖고 일부러 떨어뜨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탓에 사배자 전형에 응시한 학생 중 일부도 이와 같은 피해를 봤다. 2013학년도 사배자 중 경제적 배려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 6명 중 3명은 합격이 가능한 점수였지만 학교 측에 의해 성적이 조작돼 탈락했다.
성적 조작은 영훈국제중 입학관리부장 등 학교 직원들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이뤄졌다. 조작 대상은 주로 상대적으로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주관적 영역 부문의 점수였다.
채점위원들은 이름을 가리고 점수를 매겨야 하는 규정을 따르지 않고 학생의 개인 정보를 보면서 채점을 했고 결국 김하주 이사장의 뜻대로 대부분 영훈초 학생들은 만점을 받았다.
만점을 받고서도 합격권에 들지 않은 일부 영훈초 학생들을 위해서는 합격권에 든 다른 학생의 성적을 고의로 떨어뜨려 등수를 올리는 식의 방법도 동원됐다.
학교 직원들은 교과성적이 낮아 서류 합격 가능성이 낮은 영훈초 학생을 위해 나머지 학생의 서류 심사 점수를 허위로 매우 낮게 매기기도 했다.
조작 결과 2009학년도 15명에 불과했던 영훈초 출신 영훈국제중 합격자는 2012학년도 40명에 가깝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부유층과 영훈초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아동보호시설 출신 등을 배제하고 다른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 수사에서 대규모 성적조작과 금품수수 비리가 재확인되자 대부분의 학부모와 시민들은 "학교가 일부 부유층 자제를 합격시키려고 수백명의 성적을 조작하고 그 대가로 돈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가장 깨끗해야 할 교육기관에서 조직적 비리가 있었는데 이런 학교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걱정"이라는 반응이다.
상당수 네티즌들도 학교 측을 비난했고 일부에서는 영훈국제중 교무실 번호를 공유하며 항의 전화를 걸자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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