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3년 만에 전격 부활한다.
대한야구협회 이병석 회장은 16일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끊임 없이 제기돼 온 현장의 목소리를 공감했다. 전국대회인 봉황대기 부활로 아마추어 야구가 제2의 중흥을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1971년 출범한 봉황대기는 예선 없이 치르는 유일의 전국대회로 야구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 속에 2010년까지 40년 명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1년 공부하는 학생 선수를 육성하자는 정부 시책에 따라 주말리그제가 도입되면서 희생양이 됐다. 전국 대회를 축소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무등기, 대붕기, 화랑대기, 미추홀기 등 지방 대회와 방학 중에 개최돼 정부 방침에 딱 맞아 떨어졌던 봉황대기마저 한꺼번에 폐지시켰다. 학기 중에 열리던 대회를 일부 폐지하고 토ㆍ일요일과 공휴일에 경기를 치르는 상ㆍ하반기 주말리그로 전환했다. 이와 함께 학기 중 평일에 열렸던 청룡기, 황금사자기, 대통령배 등 3개의 중앙 대회만 남겨 놓았다.
하지만 폐단이 속출했다. 특히 여름 방학 때 모든 고교가 출전하는 전국대회였던 봉황대기 폐지로 일선 고교야구는 직격탄을 맞았다. 학생 선수들의 진학, 취업 문은 좁아졌고 동문들의 후원 관계, 아마추어 야구에 대한 지원도 열악해졌다.
이명섭 휘문고 감독은 "8강, 4강 순으로 단기간에 대회가 함축적으로 열려야 하는데 1경기를 한 뒤 그 다음 주말에 경기를 하니 동문들의 발길도, 애교심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한야구협회는 주말리그 전환을 결정하면서 신축 구장 건설을 약속하는 한편 지역별 주경기장과 보조구장 이용을 구상했지만 이 중 상당수 구장들이 대학 리그, 사회인 리그 등과 일정이 겹쳐 사실상 주말 리그가 유명무실해졌다. 결국 일선 고교에서 봉황대기 부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고교야구 제도 개선을 위해 대표자 모임을 발족한 전국 55개 고교야구 감독들은 지난 3월 대한야구협회 신임 집행부와 만남을 갖고 봉황대기 부활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으면서 급물살을 탔고, 여러 차례 발전적인 협의 끝에 이 회장이 지난주 국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해 승인을 이끌어 내면서 최종 결정이 내려졌다.
지방 4개 대회와 함께 폐지됐던 봉황대기는 8개 고교야구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예선 없이, 방학 중인 8월에 열리는 전국대회였다. 때문에 약 팀이 강 팀을 꺾는 숱한 이변이 연출됐고, 다른 대회에서는 기회조차 얻지 못하던 무명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였다. 방학을 이용해 재일동포 선수들까지 출전해 한민족의 자긍심을 심어 주기도 했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까지는 말 그대로 전 야구인과 동문, 가족들이 모이는 축제의 장이었다.
봉황대기를 거쳐 간 스타도 무수하다. 원년 스타인 김재박 전 LG 감독을 비롯해 1991년 제21회 대회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했던 박찬호(전 한화), 1973년 대구상고 우승의 주역 고(故) 장효조, 1980년 경기고와 경기에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던 선동열 KIA 감독, 그 밖에 박노준, 김건우 등이 봉황대기의 역사와 함께 했다.
3년 만에 새롭게 태어나는 봉황대기는 8월27일 개막하며 대회 방식과 장소는 추후 결정한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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