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국내 자동차 연비기준을 선진국 수준인 ℓ당 20㎞ 이상으로 대폭 올릴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말까지 2020년 차량 평균연비 목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아직 평균 연비 기준치는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2020년까지 ℓ당 20.3㎞를 목표로 제시한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간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연비 목표는 전 세계적인 추세와 우리나라가 달성 가능한 수준 등을 종합 고려해 설정된다"며 "한국도 선진국 수준으로 연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부처 간 이견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평균 연비는 총 판매하는 차량이 평균적으로 준수해야 할 업체별 연비수준을 규제하는 제도로, 개별 차종의 표시 연비와는 다른 개념이다. 하지만 평균연비 기준이 올라가면 표시 연비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산업부에 따르면 평균연비가 ℓ당 17㎞의 경우 표시연비는 ℓ당 12.6㎞ 수준이다.
정부가 2009년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기준 개선방안'을 통해 2015년까지 평균연비 목표기준을 ℓ당 17㎞ℓ로 제시했는데 이 보다 기준이 크게 높아지는 셈이다. 적용 대상은 지금처럼 10인승 이하의 승용ㆍ승합차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자동차 업체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현재 주요 선진국들은 앞다퉈 자동차 평균 연비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부터 갤런당 56.2마일(23.9㎞/ℓ) 이상의 연비 기준을 충족해야만 판매를 허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연비 수준을 자랑하는 유럽은 2020년부터 ℓ당
26.5㎞의 연비 규제를 시행할 방침이다.
연비 기준 상향으로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하이브리드차ㆍ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이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연비가 좋은 소형·경차보다 중대형 승용차를, 수동 변속기보다는 자동변속기를 선호하는 자동차 소비 행태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는 난감해 하고 있다. 2015년 ℓ당 17㎞의 연비 기준을 충족한 뒤 5년 만에 다시 ℓ당 20㎞ 이상으로 연비를 끌어 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기술적 ㆍ금전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현재 적용되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ℓ당 20㎞에 근접한 국산차 모델은 전무한 상황이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이 같은 자동차 업계의 현실과 의견을 두루 감안해 올 연말까지 평균 연비 목표기준을 최종 확정키로 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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