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약속한 지방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공약 3개 가운데 1개는 예비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내년도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방정부는 원안대로 추진할 것을 주장하고 있어 중앙정부와 갈등이 우려된다.
15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정부에 따르면 새 정부가 제시한 27개 신규 SOC 공약 사업 중 10개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쳤으며, 이 중 9개가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 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진행한다.
예비타당성 조사의 핵심 지표는 해당 사업을 종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편익과 비용을 대비해 보는 '편익-비용 비율'로, 통상 1이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분류한다. KDI가 수행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보면 10개 공약(12개 사업)의 B/C 비율 평균은 0.66에 불과했다.
경북 포항과 강원 삼척을 잇는 고속도로는 6조5,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SOC 공사지만 B/C 비율은 0.26~0.27에 불과했다. 전남 여수와 경남 남해를 잇는 한려대교는 초장대교량을 이용하는 대안I에서 B/C 0.045, 해저터널과 해상교량을 함께 활용하는 대안II에서 0.108로 가장 타당성이 떨어지는 사업으로 꼽혔다.
경기 이천과 충북 충주, 경북 문경 등 지역을 연결하는 중부내륙선 철도 복선·고속화사업은 3조1,16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돼야 하지만 2017년 기준 1일 승차 인원은 1만4,605명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북 부안과 고창을 잇는 부창대교는 B/C가 0.54, 전남 광주와 완도를 잇는 고속도로는 0.66, 춘천-속초 복선전철(0.39~0.75)도 B/C가 1에 못 미치는, 타당성 떨어지는 사업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일부 지역은 예비타당성 조사마저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역구 의원들은 권역별 모임을 잇따라 개최하고 있고, 여당인 새누리당도 "약속한 지역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원안 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대해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업은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어야 제2의 4대강 사업 같은 재앙을 막을 수 있다"며 "타당성 조사에 중립성 있는 민간기관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일 지방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면서 원칙적으로 모든 지방 공약을 이행하되 사업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은 지자체와 협의 조정을 통해 재기획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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