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 A사는 대기업 B사와 거래하면서 계약서에 '물가상승에 따른 납품 원가 인상을 반영해줄 수 없다'는 부당한 특약을 맺어야 했다. 이 대기업은 이에 그치지 않고 경기가 어렵다며 연 3회, 평균 7%의 단가 인하를 요구해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여야 했다.
국내 중소기업 4곳 중 1곳은 대기업으로부터 부당하게 납품단가 인하를 강요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대기업 및 공기업 95개사의 협력사 5,167곳을 대상으로 현장 및 서면 조사를 벌인 결과 359개(6.9%) 협력사가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특히 서면 조사를 빼고 현장조사 결과만 보면 그 비율이 더욱 급증, 조사 대상 902개사 중 23.9%(216개사)가 부당 납품단가 인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4곳 중 약 1곳 꼴로 단가 후려치기를 당한 셈이다.
단가 인하율은 5% 이하가 74.9%로 대부분이었지만, 10% 이하도 25.1%나 됐다.
단가 인하 유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으로 깎는 경우가 5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쟁입찰 때의 낙찰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결제하는 경우(28.4%), 경제상황 변동 등을 이유로 협조요청을 하는 경우(25.1%) 등의 순이었다.
부당 납품단가 인하 경험이 있는 기업 359개사 가운데 최근 1년간 1번 경험한 곳이 71.3%로 가장 많았다. 2회가 15.6%, 3회가 6.4%, 6.7%는 4번이나 부당한 납품단가 인하를 경험했다.
업종별로는 통신(12.0%)이 가장 심했고, 정보(10.2%), 전기전자(9.8%), 기계(8.8%), 건설(8.5%), 조선(8.0%), 유통(7.6%), 자동차(7.0%), 공공기관(2.4%) 등의 순이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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