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론/7월 16일] 동방의 등불, 그 후 100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론/7월 16일] 동방의 등불, 그 후 100년

입력
2013.07.15 12:00
0 0

우리 한국인이 좋아하는 인도 벵골 출신의 시인 라빈드라나드 타고르는 1913년 시집 로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금으로부터 100년전 일이다. 신의 위대함과 자비로움에 감사하는 마음의 시다.

당시 의 서문은 으로 잘 알려진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가 썼다. 예이츠 역시 10년 후인 1923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 하였다.

삼복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 때, 시성 타고르를 기억하고픈 이유가 있다. 1929년 일본을 방문한 타고르는 당시 국내 한 일간지 기자로부터 한국 방문을 요청 받았다. 그러나 응하지 못하는 마음을 대신하여 이 신문에 기고한 작품 '동방의 등불'을 생각해 봄직해서이다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코리아/

그 등불 다시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 이 되리라'

일제 식민 치하에 있던 한국인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싸워 독립을 이루기 바라는 마음에서 보낸 격려의 송시이다. 당시 한국 민족 문화의 우수성과 강인하고도 유연한 민족성을 동방의 등불로 표현하여 한국 민족에게 큰 격려와 위안을 주었으며, 특히 독립 쟁취에 대한 강렬한 기원을 담고 있어 3ㆍ1운동 이후 실의에 빠져있던 우리 민족에게 감동과 자긍심을 일깨워준 작품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난 100여년간 암울하고 어두운 시절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의 시대에 살고 있다. 지구촌에서는 한국의 제품이 넘쳐나고 있으며 한류는 드라마, K팝, 음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으로 기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는 지식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인류 문명의 창조를 요구하고 있고, 기존의 국제질서는 새로운 가치관에 의해 국가별 중요도를 변화 시키고 있다.

이처럼 지금 21세기 세계중심국가로 향하고자 하는 우리는 분단 국가로서 민족과 국가의 위상과 좌표를 다시금 성찰하고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때라고 여겨진다. 20세기 전쟁과 평화의 시대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붕괴와 함께 막을 내리고, 지식 정보화시대의 빠른 전개는 세계를 무한경쟁체제로 돌입 시키면서 지구를 하나의 단위로 하는 새로운 국가 간 경쟁협력체제로 변모 시키고 있다.

이러한 때에 과연 우리는 동방의 등불이 되고 있는가? 민족 분단의 문제는 해결하였는가? 해외로 흩어진 동포들은 그들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는가? 오늘 우리에게 아직도 미완성인 많은 문제에 스스로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개인이나 공동체나 모든 집단은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에는 고통을 나누고 단합된 힘을 보여주는 예가 많다. 그러나 공동의 위기를 극복한 후에는 과거의 어려움을 까마득히 잊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거와 역사에 대한 반성이 없는 민족에게는 희망이 없다. 우리 민족에게는 학문을 숭상하는 민족성과 그 누구보다도 우수하다는 자존심이 있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이 옆집 부자 아버지를 부러워 하지않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이는 오랜 유교적 자긍심이 각 가문마다 존재하는 독특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마음에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지 않는 곳/ 진실의 깊은 속에서 말씀이 ??아나는 곳/ 끊임없는 노력이 완성을 향해 팔을 벌리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무한히 퍼져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지금 '동방의 등불'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건 왜 일까.

윤창규 동아시아센터 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